‘불량률 절대 제로’에서 ‘불량발생’ 했으니 처리안 한 것
‘불량률 절대 제로’에서 ‘불량발생’ 했으니 처리안 한 것
  • 박익성 기자
  • 승인 2023.06.12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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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분석>동산공원묘원 불법폐기물 투기사건 4

계약부터 ‘법규위반’ 여지, ‘무단투기’ 의도 의심

처리비용 ‧ 운반비까지 부담하며 무상공급?

 

청호환경은 마산 소재 H사와 계약에 따른 이행으로 건설폐토석으로 만든 순환토사를 동산묘원으로 가져갔다고 한다.

청호의 주장을 검증해 본다. 먼저 계약내용과 계약당사자 자격에서부터 의구심이 든다. 삼영산업으로부터 공장부지를 이전받은 관정이종환재단은 2021년 4월21일 H사와 부지에 불법매립되어 있던 건설폐토석(건축폐기물)과 폐타일(사업장폐기물) 처리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20일 후인 5월20일 H사는 청호환경 및 밀양소재 B사와 건설폐토석 운반 및 처리계약을 한다.

그런데 이 계약의 내용에 대해 건설폐기물의 재활용촉진법 제16조 2항 및 환경부예규인 ‘건설폐기물의 처리 등에 관한 업무처리지침’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무단투기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의심도 있다.

건설폐기물 처리를 위한 위탁계약서에는 위·수탁 폐기물의 물량, 운반장소(출발지 및 도착지) 처리장소, 처리비를 기재해야 한다. 또한 청호처럼 수집·운반 및 처리를 겸하는 업체가 하나의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운반비와 처리비를 구분하여 기재해야 하지만 이를 모두 무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계약이 법규위판으로 판정날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계약금액이 현저히 싼 것도 폐기물 불법투기의 고의를 의심케 한다. 삼영산업에서 청호환경까지 거리는 50km, 2022년 6월 한국건설폐기물수집운반협회가 발표한 운반비는 24톤 덤프트럭 기준 50km에 58만4천500원(1톤당 2만3천380원)이다. 하지만 청호는 건설폐토석을 운반비와 처리비를 합쳐 25톤 트럭 1대당 39만원에 계약했다. 처리비는 고사하고 표준운반비에도 턱없이 모자란 금액이다.

법규상 들어가야 할 내용이 담긴 계약서견본과 H사와 청호환경이 체결한 계약서 견본상 붉은 색 네모 안 기재사항이 없다
법규상 들어가야 할 내용이 담긴 계약서견본과 H사와 청호환경이 체결한 계약서 견본상 붉은 색 네모 안 기재사항이 없다

더욱이 청호는 진영에서 가져온 이 건설폐토석을 중간처리했다는 순환토사를 동산묘원에 갖다 주면서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또한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순환토사는 지역에 따라, 품질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차에 싣는 비용을 포함해 대략 톤당 2~3천원, 추정치인 4만3천톤이 모두 순환토사라 가정할 때 8천6백만~1억2천9백만원이다. 여기에 필요한 25톤 트럭 1천700대의 운송비를 대당 10만원이라고만 계산해도 1억7천만원, 순환토사가격과 합하면 2억5천~3억이다.

청호가 자선단체가 아니라면 이윤은 고사하고 이런 손실을 감수하면서 정상적인 순환토사를 동산묘원에 무상기부할 리가 만무하다. 비용을 들여 순환토사를 제조했다는 주장을 무색하게 하는 대목이다. 양질의 토사를 공짜로 주겠다며 폐기물을 불법폐기하는 업자들이 자주 쓰는 수법이라는 것이 주위의 평가다.

청호가 의령군민신문과 경남매일에 공개한 입장문 내용은 동산묘원 폐기물이 중간처리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자백과 다름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청호는 입장문에서 자신들이 중간처리한 순환골재나 순환토사가 품질기준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고 주장한다. 청호가 품질미달이 발생한 이유를 알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 논리를 거꾸로 적용하면 청호에서 만든 순환골재와 순환토사에서 품질불량이 나올 경우 이들 폐기물은 논리적으로 중간처리를 거치지 않은 폐기물이 된다. 그런데 동산공원 폐기물에서는 기준치를 넘어선 토양오염성분이 5가지나 나왔다. 절대 품질불량이 나올 수 없는 중간처리 과정을 거쳤다는 순환토사에서 오염물질이 나왔으니 청호가 이들 폐기물을 중간처리하지 않고 투기했다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품질미달 폐기물이 청호 아닌 다른 업체에서 나온 것이라는 주장도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불법폐기물 처리책임은 연대책임이며 일종의 무과실책임에 가깝다. 청호가 동산묘원에 폐기물을 투기했다는 점을 시인한 이상 타 업체의 존재여부와 관계없이 토지소유주인 동산묘원과 함께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 만일 청호 외 다른 투기업체가 밝혀지면 당연히 그 업체도 책임을 져야한다. 하지만 그럴 경우는 이제 없어 보인다. 동산묘원측이 청호 외에는 폐기물을 넣은 업체가 없다고 주장하고 청호가 폐기물처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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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호가 동산묘원 폐기물을 건설폐기물이라고 주장하며 이 사건이 건설폐기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건폐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넌센스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판례는 건설폐기물(순환골재 및 순환토사)라도 품질미달이거나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되면 폐기물 관리법 제8조(폐기물의 투기금지 등) 2항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입장(대법원 2019두43474, 대법원2017추5060 등)을 유지하고 있다. 동산묘원 폐기물이 산업폐기물, 일반생활폐기물로 판정되면 말할 필요도 없다.

폐기물 배출자인 관정재단과 공사도급계약을 맺은 H사의 자격여부도 의문이다. 업무지침은 배출자가 아닌 자(건설공사를 하도급 받은 자 등)는 건설폐기물 처리용역 계약을 체결할 수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H사의 등기부상 주사업은 인력공급 및 송출업, 건설용역업 등이고 폐기물관련 허가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 H사가 계약체결 자격이 있는지도 확인이 필요하다.

 

(<사건분석> 동산공원묘원 불법폐기물 5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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