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원은 ‘공인’이고 군수는 ‘개인’?
군의원은 ‘공인’이고 군수는 ‘개인’?
  • 박익성 기자
  • 승인 2023.08.06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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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완 군수의 사퇴를 요구하는 현수막 게시신고 수락 여부를 심사하게 될 의령군 옥외공고물심의위원회(위원장 정영재 국장)가 7일 서면심의이긴 하지만 군정사상 처음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의령을 걱정하는 군민들’이 ‘창피해서 못살겠다! 의령군수 사퇴하라!’, ‘군정대신 형사재판! 군수님 그만하소!’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려했지만 의령읍이 신고를 거부한 사안에 대해서다.

 

의령읍, 현수막 내용은 ‘군수 개인에 대한 비방’

의령읍(장)은 해당 현수막이 의령군 옥외광고물 조례에서 정한 ‘특정 개인 또는 단체 비방 목적(제5조의2 1항 4호 다)’에 위반되기 때문에 신고를 받아 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의령군수가 ‘특정 개인’이며 ‘창피해서 못살겠다’, ‘군정대신 형사재판’ 또는 ‘사퇴하라 그만두소’라는 표현은 비방이라는 것.

이에 대해 군민들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군민이 선출한 군수는 ‘개인’이 아니라 ‘공인’이며 군정을 제대로 못하고 있으니 사퇴하라는 것인데, 이를 특정 개인에 대한 비방으로 몰아가는 것은 ‘군수에 대한 과잉충성’이며 ‘공무원과 군민을 차별하는 불공정한 처사’라고 항변한다.

군수사퇴 현수막이 그렇다면 의령군공무원노조가 내건 현수막은 뭐냐는 것이다. 공노조는 현수막 ‘반말, 막말, 폭언하는 의령군의원! 공개사과하고 재발방지 약속하라!’는, 그야말로 비방(명예훼손) 의도가 명백한 내용인데도 게시하게 했다는 것. 여기에 대해 의령읍은 의령군의원은 여러 명이어서 ‘특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한다.

 

공노조 현수막 ‘의령군의원’은 특정된 공인

본지는 광고 및 법률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해당 안건을 검토해 봤다. 먼저 현수막 내용의 대상에 대해. ‘군수’와 ‘군의원’이 개인이 아니라 ‘공인’임은 법적으로나 사회통념상 확실하다. 다음으로 ‘특정’에 대해. 의령읍은 의령군의원은 여러 명이기 때문에 특정될 수 없다고 했지만 판례(대법원 2002다63558호)의 입장은 다르다.

판례는 그 구성원의 수가 적고 언론에 여러 차례 보도되는 등 당시의 주위 정황으로 보아 집단 내 개별 구성원을 지칭하는 것으로 여겨 질 수 있으면 ‘특정될 수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공조노가 지칭한 군의원은 김규찬 의장과 오민자 의원을 특정했다고 봐야 한다.

다음으로 ‘비방’의 의미에 대해. ‘비방’은 ‘남을 비웃고 헐뜯어서 말하는 것’을 의미하며 공연히 타인을 비방하여 그 사람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명예를 실추시키면 형법상 명예훼손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비방’과 ‘비판’은 다르다. ‘개인’에 대한 비방은 명예훼손죄가 되기 쉽지만 ‘공인’에 대한 ‘비방’은 그 비방행위가 개인적인 영역인지 공적인 업무수행에 관한 것인지에 따라 위법한 ‘비방’이 될 수도 정당한 ‘비판’이 될 수도 있다.

공인에 대해 ‘사과하라’, ‘사퇴하라’는 요구는 ‘비방’이 될 수 있을까? 대부분 부정적이다. 헌법상 표현의 자유라고 봐야 할 것이며 옥외광고법 또한 제2조에서 “이 법을 적용할 때는 국민의 정치활동의 자유 및 그 밖의 자유와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지 아니하도록 주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표현이 비방이라면 대한민국 교도소가 터져 나갈 일이다.

 

불법적 ‘비방’과 정당한 ‘비판’ 달라

그렇다면, ‘반말, 막말, 폭언하는’이라는 표현과 ‘창피해서 못살겠다’, ‘군정 대신 형사재판’은 어떨까? 비방의 측면에서 보면 ‘반말, 막말, 폭언하는’이라는 표현이 훨씬 심하다는 의견이다. 직접적이고 구체적이며 공적업무를 떠나 개인적 인격에 대한 비방으로 군의원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도 따져볼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언급한 판례는 바로 이와 관련된 내용의 판례다.

이에 비해 ‘창피해서 못살겠다’는 타인에 대한 비방이라기보다는 자신의 감정표현에 가깝고, ‘군정 대신 형사재판’은 ‘군정에 매진해야할 군수가 형사재판 때문에 그러지 못해 군정공백이 예상된다’는 뜻으로 군수와 의령군에 대한 공적인 비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므로 ‘비방’이 아니라 ‘공인의 직무수행에 대한 비판’ 내지는 ‘의사표현’에 가깝다고 봐야한다는 평가가 많았다.

결론적으로, ‘특정 개인에 대한 비방’ 소지는 공노조의 현수막이 군민들의 현수막보다 훨씬 심하며 공노조 현수막을 걸게 하면서 군민들의 현수막을 못 걸게 하는 것은 불공정한 처사라는 것이다.

 

엉뚱한 조항 적용? … 법규정비 필요

이번 검토에서는 조례의 미비와 법규적용상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상위법인 옥외광고물법(5조)에는 현수막을 비롯한 광고물에

1. 범죄행위를 정당화하거나 잔인하게 표현하는 것

2. 음란하거나 퇴폐적인 내용 등으로 미풍양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것

3. 청소년의 보호ㆍ선도를 방해할 우려가 있는 것

4.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 제2조제1호라목부터 바목까지에 따른 사행산업의 광고물로서 사행심을 부추기는 것

5. 인종차별적 또는 성차별적 내용으로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는 것

6. 그 밖에 다른 법령에서 광고를 금지한 것

만을 금지하도록 되어 있을 뿐 ‘특정 개인에 대한 비방금지’는 없다.

이 금지 규정은 의령군 옥외광고물조례 제5조의2에 나온다. 그런데 이 규정은 소상공인, 전통시장 등을 홍보하기 위한 전자게시대에 관한 것이지 현수막에 관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 조항을 현수막에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와 관련 경상남도 조례는 제12조에서 지정 현수막게시대에 걸 수 있는 현수막 내용에 앞의 전자게시대에서 금지하는 사항을 모두 넣어 적용범위를 명확히 하고 있다. 의령군 조례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노골적인 ‘공무원 감싸기’, 누구를 위한 군정인가?

의령공노조가 의령군청에 장기간 게시해 놓은 현수막도 도마에 올랐다. 현행 법률상 현수막은 게시대에만 걸 수 있다. 그러나 집회와 시위용 현수막은 예외다. 집회신고만 하면 그 기간 동안 집회현장 주변에 설치할 수 있고 개수 제한도 없다. 한 번에 최장 30일간 할 수 있는 집회신고를 계속 연장하면 1년 내내 걸 수도 있다.

현수막 담당부서인 도시개발과에서 공노조에 수거를 요청했으나 공노조는 정당한 노조활동이므로 뗄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공노조가 집회신고기간 중이면 모르되 정당한 집회신고 없이 계속해서 의령군청에 현수막을 게시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분석이다.

의령을 걱정하는 군민들은 “이 부분도 명백히 밝혀야 한다. 성추문 사건을 일으킨 공무원에 대해서는 고충심의위원회 개최도 않고, 공무원노조의 불법현수막은 묵인하면서 군민의 정당한 권리를 박탈하려는 의령군이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묻고 싶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의령군공무원노조 강삼식 지부장은 연락이 닿지 않아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간부공무원의 여직원 성추행에 대한 노조의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청한 이후 강 지부장은 취재진의 전화를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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