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이라도 쳐 주시니 감읍할 따름
뒷북이라도 쳐 주시니 감읍할 따름
  • 박익성 기자
  • 승인 2023.06.21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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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벽이 세워졌다.

아이들이 학교 다니던 길.

어르신이 지팡이 짚고 장에 오가던 길 위에.

벽은 높고 길었다.

사람 키 두 배 남짓. 길이는 축구장 두 배쯤

어느날 갑자기 다니던 길을 점령당한 사람들은

마차가 씽씽 달리는 신작로를 아슬아슬 가로질러

맞은 편 사람길로 가야했다.

벽은 풍경도 가로 막았다.

펼쳐지던 들판의 시원함은 온데 간 데 없다.

고을사람들은 그 벽이 왜 섰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벽을 세운 이가 한 쪽 구석에 포고문을 세워 놓았지만

관심을 가지는 이는 거의 없다.

위험하니 돌아가라는 경고문도 없다.

불편해도 위험해도 고을사람들은 늘 그렇듯

궁금해 하지도, 불평도 않는다.

고을민을 살피는 나리님들도 관심 밖이다.

웬 간섭쟁이 하나가 나섰다.

나랏일 보는 나리님 한 분이 당당하게 말씀하셨다.

신작로 넓히는 공사 때문이랍신다.

사람길을 막았으니 돌아갈 길은 열어야 하지 않느냐고

거동이 힘든 노인, 분별력 약한 아이가 걱정된다고 여쭈니

미처 그것까지는 생각 못했다고

벽 시작과 끝 부분에

신작로 건너는 표시라도 궁리해 볼 참이란다.

신작로 안전을 책임지는 관청을 찾았다.

방금 벽을 세운 관청에서 연락이 왔다고 전한다.

무슨 일인지 만나자고 했다면서

무식하고 건망증까지 심한 간섭쟁이는 그제서야 퍼뜩 정신이 들었다.

아차! 여기는 의령이었지!

의령군이 최근 의령읍 행정복합타운 관련 계획도로 공사를 앞두고 대체인도 확보 등 사전조치도 없이 인도위에 공사차단벽을 설치해 이곳을 오가는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의령군 도시재생과는 본지 취재가 시작되어서야 의령경찰서와 임시건널목 설치 등 안전대책 마련을 위한 협의에 나서 군민들에게 ‘뒷북행정’, ‘무대포행정’이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의령군이 최근 의령읍 행정복합타운 관련 계획도로 공사를 앞두고 대체인도 확보 등 사전조치도 없이 인도위에 공사차단벽을 설치해 이곳을 오가는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의령군 도시재생과는 본지 취재가 시작되어서야 의령경찰서와 임시건널목 설치 등 안전대책 마련을 위한 협의에 나서 군민들에게 ‘뒷북행정’, ‘무대포행정’이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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