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이 마을땅 편취’ 의혹 불거져
‘이장이 마을땅 편취’ 의혹 불거져
  • 박익성 기자
  • 승인 2022.12.07 1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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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장, 일제강점기 조부 명의 토지 78년만 상속등기

마을주민 모르게 부동산특별조치법에 따라 소유권 이전

주민들, 30여년 전 갹출(醵出)해 매입한 마을공동재산 ‘주장’

농지위원 기망해 확인서 제출 의심 … 경찰수사 ‘촉구’

 

A이장이 소유권이전을 하기 전 문제의 땅. 이웃주민들의 진입로 겸 주차장으로 쓰였다. 오른쪽에 정자와 관정 구조물이 보인다. -네이버 거리뷰 캡쳐
사진= A이장이 소유권이전을 하기 전 문제의 땅. 이웃주민들의 진입로 겸 주차장으로 쓰였다. 오른쪽에 정자와 관정 구조물이 보인다. -네이버 거리뷰 캡쳐
사진= A이장이 소유권이전을 한 이후 전 문제의 땅. 출입과 사용을 막기 위해 폐드럼통에 물을 채워 촘촘하게 세워 놓았다. 오른쪽에 있던 정자가 철거되고 없다.
사진= A이장이 소유권이전을 한 이후 문제의 땅. 출입과 사용을 막기 위해 폐드럼통에 물을 채워 촘촘하게 세워 놓았다. 오른쪽에 있던 정자가 철거되고 없다.

 

마을이장의 무더기 고소고발로 뒤숭숭한 유곡면의 한 마을(본사 12월2일자 ‘공익제보? 이장의 갑질…’ 기사 참조)에서 이장이 마을 땅을 편취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올해 3월 이 마을 A이장은 소유권을 주장하며 사전고지나 경고도 없이 이웃들이 주차장과 출입로로 사용하던 부지에 폐드럼통를 설치해 주민들의 출입과 주차를 막았다.

문제의 토지는 일제강점기인 1944년 이장의 조부가 소유자로 등재된 78년 동안 변동이 없다가 부동산등기특별법에 따른 소유권 확인절차를 거쳐 올해 1월26일 손자인 A이장 명의로 이전되었다. 등기원인은 1992년 6월2일 상속으로 확인되었다. 면적은 181㎡(55.8평)이다.

부동산등기특별법은 소유권 보존등기가 돼 있지 않거나 실제 권리관계가 등기부와 맞지 않는 부동산에 대해 한시적으로 소송없이 등기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이다. 이 법은 1978년, 1993년, 2006년에 한시적으로 시행된 적이 있으며 이번 특별법은 2020년 8월부터 올해 7월말까지 시행되었다. A이장은 관련서류를 갖춰 2020년 12월에 소유권이전을 신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이장은 취득한 이 땅을 올해 3월 자신의 아들에게 5백만원에 팔았고 4월 이 땅 안에 있던 마을공동관정에 의령군에 폐공요청을 했으나 주민들의 농업용수 등으로 필요하다는 이유로 거부당하자 매수신청을 해 5월 관정부지 18㎡(5.95평)를 의령군에 매도했다.

A이장이 토지소유권 이전을 청구하고 이의신청을 위한 공고기간을 거쳐 등기완료로 A이장이 최종적으로 이 땅을 소유하게 된 것은 올해 1월26일. 이때까지 A이장의 바로 이웃이자 해당 부지와 접해 이 부지를 통행로와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던 B씨를 비롯한 마을주민들 대다수는 이러한 사실을 까맣게 몰랐었다고 한다.

이후 A이장의 토지취득사실이 알려지자 마을에서는 소동과 함께 의혹이 일었다. 주민들이 30여년 동안 마을재산으로 믿고 사용하던 땅이 한 순간 이장 개인의 땅으로 둔갑해 버렸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주민들은 문제의 땅이 1990년 쯤 마을과 출향인들이 갹출해 현 이장의 부모로부터 매입한 마을공동재산으로 결코 개인재산이 될 수 없는 땅이라고 주장한다.

주민들은 그 근거로 마을주민이 공동으로 사용해온 관정(공동우물)을 든다. 설치되어 지금까지도 사용하고 있는 이 관정은 30년 전쯤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과 의령군 담당자에 따르면, 사유지에 관정을 설치할 경우, 토지소유자의 사용승락서를 첨부해야 하지만 이 관정에 대한 사용승락서는 확인할 수 없었고 이것은 이 토지가 마을주민들이 돈을 모아 구입한 마을재산이어서 승낙서가 필요치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주민들은 해당부지에 있던 정자도 이 땅이 마을재산이라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지난 5월 소유권을 주장하는 A이장이 유곡면에 요구해 지금은 철거된 이 정자는 마을에 새로운 정자가 지어지기 전까지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사용되다 되었다고 한다. 2000년대 초 의령군에서 지은 것으로 알려진 이 정자도 부지가 등기만 개인 명의로 남아있었을 뿐 실제로는 마을공동재산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이라는 것.

다수의 주민들은 이 땅을 매입하기 위해 갹출한 금액도 기억하고 있다. 한 주민은 “그 땅과 인접한 부지에 집을 짓고 살다가 팔고 인근 도시에서 살던 중에 당시 이장으로부터 협조요청을 받고 10만원을 찬조한 사실이 있다”고 당시를 또렷이 기억했다. 다른 주민 몇몇은 “그 땅을 매입하는데 집집마다 2~3만원씩을 내고 외지에 나가 있는 주민들도 십시일반으로 보태 30만원 정도를 모아 그 땅을 매입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특히 의심하고 있는 것은 등기신청 과정이다. 주민들은 농지위원들의 확인서 서명날인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부동산등기특별법에 따르면 소유권이전을 위해서는 마을주민 가운데 선정된 농지위원 4인의 확인서를 첨부해야 하는데 이 확인서에 서명한 농지위원들 대부분이 문제의 토지가 이장 개인 소유로 바뀐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마을에서 이 문제가 불거지자 농지위원 4명은 모두 자신들이 확인서에 서명날인한 사실 자체를 부인하면서 지난 3월 의령군청 민원실을 몰려가 자신들이 서명했다는 서류를 확인했다. 그런데 관련서류에는 분명 자신들의 필체로 서명이 되어 있었다.

이에 대해 농지위원 4명 가운데 3명은 한결같이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그 땅이 마을에서 돈을 모아 산 사실을 잘 알고 있는데 그 사실을 알면서도 내가 도장을 찍어 줄 리가 없다. 뭔가 잘못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머지 한 명의 농지위원은 “이장이 할아버지 명의로 되어있던 땅을 자신의 명의로 바꾸려 한다는 말을 듣고 서명했다.”면서도 “다만 그 땅이 마을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심하는 주민들은 알고서 서명했다는 농지위원에 대해서는 “자기가 서명했는지 아닌지도 의심스러워 군청에 확인까지 하러 갔던 사람이 나중에는 이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서명했다고 말을 바꾸고 조그만 마을에 살면서 다리 건너 일이어서 몰랐다는 변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라며 일축했다.

주민들은 “다른 3명의 농지위원들도 이장이 다른 서류들과 함께 섞어 그 서류의 일부인 것처럼 속이거나 위원들이 모두 연로하고 건강이 좋지 않은 점을 악용해 사안에 대한 설명 없이 도장을 찍게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수사 등을 통해 명확한 진실규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을 이장은 이에 대해 “종중의 어른으로 종중재산을 관리하다보니 할아버지 이름으로 되어있는 땅을 발견해 특별조치법에 의거해 정당하게 소유권이전을 했으며 마을주민들이 돈을 거두어 그 땅을 공동으로 매입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한 법률전문가는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 자체가 허점이 많아 법 시행 때마다 미등기된 부동산이나, 미등기 또는 이장 개인 명의로 등기된 마을공동재산이 위법·편법을 통해 부당하게 개인재산으로 둔갑하는 경우가 많으며 불법사례로 적발되어 처벌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면서 “이 사안의 경우 전형적인 미등기 마을공유재산 편취 사례로 볼 여지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마을은 비법인단체로 등록된 2008년 이후에야 비로소 등기자격을 취득해 당시에는 문제의 토지를 마을공동재산으로 등기할 수 없었다. 현 이장은 2021년 1월부터 일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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