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지역언론 평가 불구, ‘야밤도주하듯’ 갑작스레 문 닫아
오용 대표, “신문에 실린 기사내용도 모르고 항의받아” 폐간 결정
지역언론 자굴산뉴스 폐간을 두고 지역여론이 술렁이고 있다. 창간한 지 불과 4개월만에 간판을 내렸기 때문이다.
폐간위기를 처음 알린 것은 박익성 기자였다. 자굴산뉴스 주필이자 기자로 자굴산뉴스를 실질적으로 운영해 왔던 박 기자는 12월21일 인터넷기사를 통해 “오용 대표가 느닷없이 종이신문 발간 중지를 통보하고 회사계좌를 묶었다”면서 자굴산뉴스가 폐간위기에 봉착했음을 알렸다.
박 기자는 이 기사에서 자굴산뉴스 창간과정과 그간 회사운영실태를 밝혔다. 오용 대표의 주업무였던 광고수주까지 대신 떠맡은 상황에서 오 대표가 갑작스럽게 부당한 요구를 하더니 자신이 신문사의 주인이라면서 폐간까지 들먹였다고 전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인 22일 자굴산뉴스의 폐업신청서가 경남도에 접수되었고 자굴산뉴스 홈페이지는 폐쇄되었다. 기사도 게재된 지 하루 만에 사라졌다.
‘언론이 바로서야 의령이 바로선다’, ‘의령의 역사를 새로 쓰겠다’며 지난 8월 야심차게 출발한 자굴산뉴스는 그동안 여타 의령지역언론과 차별되는 보도를 해왔다.
자굴산뉴스는 그동안 7번의 신문발행과 인터넷기사를 통해 오태완 의령군수와 의령군정의 난맥상을 비판하고 동산공원묘원 폐기물사건, 대의산단 불법의혹 등 지역의 대형이슈에 대한 심층보도를 했다. 또한 의령군의 보도자료를 앵무새처럼 받아쓰는 의령지역언론과 의령군의 유착실태를 다룬 기획기사를 연속으로 내보내기도 했다.
여태까지 의령에서 접할 수 없던 보도로 의령군민들의 주목을 받아왔던 자굴산뉴스가 사전예고도 없이 갑자기 폐간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에서 독자들을 중심으로 자굴산뉴스 폐간배경에 대한 의구심과 오용 대표에 대한 비난이 함께 일고 있다. 의령군의회 의장을 역임하고 군수선거까지 출마했던 오용 대표가 공공자산인 언론사를 그렇게 무책임하게 폐간한 이유가 쉽게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굴산뉴스의 애독자라고 밝힌 군민 A씨는 “독자무시도 유분수지. 언론사가 구멍가게도 아닌데 어떻게 독자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문을 닫을 수가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빚쟁이 야밤도주’하듯 소리 소문없이 간판을 내리는 것을 보면 뭔가 구린 구석이 있는 것 같다.”고 폐간배경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자굴산뉴스 창간식에 참석했다는 군민 B씨는 “제대로 된 언론사를 만들어 지역발전에 이바지하겠다던 신문이 잉크도 마르기도 전에 폐간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라며 혀를 찼다.
이전에 공익목적으로 자금을 모을 때 참여했다는 군민 C씨는 “십시일반으로 모았던 공금이 자굴산뉴스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면서 “좋은 취지로 모은 공금과 군민들의 후원금으로 만든 언론사를 개인소유라고 주장하면서 폐간한 오 대표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지 고민중”이라고 밝혔다.
자굴산뉴스 주주공모에 참여했다는 군민 D씨는 “기사내용이 올곧고 여타 언론과 달라 군민주주로 참여했는데 폐간했다니 황당하다.”면서 “주식 100만원이 자기 이름으로 돼 있으니 자기 회사라고 주장하면서 군민을 주인으로 모신다는 주주모집광고는 왜 냈는지 모르겠다. 군민과 독자를 상대로 사기치러 한 거냐?”고 비난했다.
이 같은 의혹과 비난여론에 대해 오용 대표는 “폐간사유는 보도된 기사내용과 같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했다가 “신문에 어떤 기사가 실렸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항의를 받았다. 함께 했던 사람들이 대표가 재정조달만 하는 구조는 안 된다’는 인식에 공감했고, 폐업결정은 이사회(대표와 이사 1인) 등 정식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무보수 자원봉사로 자굴산뉴스를 사실상 혼자 꾸려 온 박익성 기자는 “군민과 독자들의 호응으로 신문이 거의 자리를 잡은 상황에서 느닷없이 닥친 일이라 어이없고 황당하다”면서도 “모든 것이 본인의 불찰이다. 군민과 독자, 성원을 보내 준 모든 분들께 죄송할 따름”이라고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