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해도’와 ‘위험해서’
‘위험해도’와 ‘위험해서’
  • 박익성 기자
  • 승인 2023.05.19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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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의령 1>

동산묘원 폐기물 조사 환경운동가 사고로 수술

‘위험’ 이유로 상부서만 시료채취 환경과장

무보수 운동가와 혈세로 녹받는 공무원의 차이는?

 

지난 13일 불법폐기물 투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동산묘원 계곡에서 오염 실태를 조사하던 한 환경운동가가 낙상사고로 수술대에 올랐다. 낙동강네크워크 임희자 집행위원장이다.

임 위원장은 경남지역에서 30년 이상 활동했다. 환경오염 사고가 일어난 곳이라면 언제 어디라도 달려가 조사하고 알리고 대책을 촉구해 왔다. 비리를 묻으려는 세력의 협박도, 현장의 위험도 통하지 않았다. 사고가 나던 날에도 동산묘원에서 사건현장 출입을 막았기에 하류로부터 거슬러 올라 활동을 벌이다가 사고를 당했다.

지난 13일 동산묘원 계곡에서 현장조사중이던 낙동강네트워크 임희자 위원장이 사고를 당해 119에 의해 들것으로 실려나가고 있다.
지난 13일 동산묘원 계곡에서 현장조사중이던 낙동강네트워크 임희자 위원장이 사고를 당해 119에 의해 들것으로 실려나가고 있다.

 

누가 시키지도 않는다. 누군가로부터 보수를 받는 것도 없다. 자기 호주머니를 털어 경비를 대어 가며 활동한다. 머릿속에는 오직 환경오염으로 고통받게 될 자연과 사람들 생각뿐이다. 그런 임 위원장은 의령출신이다.

같은 사안을 두고 임 위원장과 대비되는 행보를 보인 또 다른 의령출신 여성이 있다. 지난해 동산묘원 사건이 터질 당시 환경과장이었던 박은영 가례면장이다. 박 전 과장은 지난 4월17일 의령군의회 동산묘원 불법폐기물 행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출석해 특조위원들의 ‘업체비호’, ‘안일행정’ 비난에 대해 이렇게 해명했다.

“지난해 6월30일 현장을 갔을 때 위험해서 하단부에 계곡부분을 내려가지를 못해 폐기물이 있는 상황을 육안으로 판단하기 어려웠다. 7월4일 시료채취 때도 역시 마찬가지로 위험해서 내려갈 수가 없어 상부에서만 시료를 채취했다”

박 전 과장이 채취한 1차 시료에서는 허용치를 넘은 유해물질이 검출되지 않았으나 지난해 8월23일 후임 최용석 환경과장이 채취한 2차 시료에서는 1가지 항목에서 허용기준치를 넘은 유해물질이 검출되었고 올해 3월31일 의회조사특위가 실시한 3차 특위에서는 무려 10가지의 기준치 초과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박 전 과장은 전윤갑 현 기획예산담당관과 부부사이로 전 담당관이 행정과장이던 2021년말 5급 사무관으로 진급해 지난해 1월7일부터 7월 14일까지 6개월간 환경과장을 맡았었다.

박 전 과장이 환경과장으로 일할 당시 지금까지 의령군의 골칫덩이가 되고 있는 대의산업단지 환경오염 문제가 제기되어 있었다. 이 문제의 처리과정에서 박 전 과장은 민원인으로부터 직무유기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그리고 환경과장 재직 6개월만에 가례면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를 두고 한때 남편인 행정과장이 도피성 인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했었다.

‘위험해도 한다’는 무보수 환경운동가와 ‘위험해서 못했다’는 혈세로 녹을 받는 의령군 공무원. 의령에서 나고 자란 비슷한 또래의 두 인물이 정반대로 행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끄러운 의령의 한 단면이다.

한편, 복합골절로 어려운 수술을 마치고 오랫동안 치료를 해야하는 임 위원장을 위해 환경운동단체들을 중심으로 병원비 돕기 모금활동이 벌어지고 있다. 의령군의회 동산묘원조사특위 위원들도 동참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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