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정기인사 앞둔 의령군, 인사망(亡)사?
6월 정기인사 앞둔 의령군, 인사망(亡)사?
  • 박익성 기자
  • 승인 2023.05.10 20: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력후보에 줄 서야’ ‘1억 있어야’ 공공연한 비밀

부조리한 관행에 동조‧순응 … ‘의령스럽다’ 개탄

보궐선거 예상 … 벌써부터 줄 서는 공무원 ‘소문’

 

공무원이 승진하려면 선거때마다 유력한 군수후보에게 줄을 서야한다는 말은 5급 과장 승진에 1억원이 필요하다는 말과 함께 지역에 널리 퍼져있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당선이 급한 군수후보는 공무원의 은밀한 도움이 요긴하고 공무원은 공무원대로 당선되면 인사권을 거머쥘 군수이기에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고 눈도장을 찍는다. 그렇게 당선이 된 군수는 인사철마다 ‘공로인사’, ‘보은인사’라 해서 승진과 좋은 보직으로 화답한다.

줄을 서기는 했는데 너무 늦게 섰거나 공무원의 본분을 지키느라 중립을 지킨 공무원은 허탈하게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다음 선거에는 좀 더 빨리 줄을 서리라 다짐하고 어떤 이는 좀 더 확실한 후보에게 줄을 서리라 이를 악문다. 또 어떤 이는 아예 공무원의 보람인 승진과 좋은 보직을 포기한다.

지난해 지방선거에도 공무원들이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는 무수한 제보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당사자들이 워낙 신출귀몰(?)하게 움직이는 탓에 또렷한 증거를 움켜쥘 수 없었다. 막상 취재에 나서면 제보자들이 얼버무리거나 직접적인 증거를 숨기기 일쑤였다. 그러니 정황이 포착되어도 법적인 처벌로는 이어질 리 없다. 관계자들이 안면 때문에 또는 후환이 두려워 조사나 수사에 협조를 꺼리기 때문이다.

실례로 지난해 투표당일 노약자의 투표소이동에 제공된 장애인협회 차량사건이 있다. 차량인솔자가 당시 후보였던 오 군수의 열렬한 지지자임을 발견한 상대후보 운동원이 선관위와 경찰에 신고했다. 차량블랙박스에는 자신이 오 군수의 선거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내용과 상대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전윤갑 행정과장(현 기획예산담당관)이 애를 쓰고 있으니 당선되면 진급은 따 논 당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선거가 끝나고 한 달이 지난 2022년 7월, 전 과장은 거짓말처럼 그 따 놓았다는 당상에 올랐다. 4급 국장 진급 예비단계인 현직을 꿰찬 것이다. 전 담당관의 오 군수 선거지원 정황은 사진으로도 담겨 있다. 인사권은 군수의 고유권한이므로 간섭할 수는 없다. 비판할 수는 있지만.

사진을 찍은 사람은 전 과장을 고발하지 못했고, 불법선거의심 차량을 신고한 사람도 경찰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 경찰에 블랙박스 영상의 일부분만 증거로 제출해 증거불충분으로 결국 법망을 피했다.

지난해 군수선거운동기간 전윤갑 당시 담당과장이 오태완 군수의 선거운동 현장을 찾아 격려하고 있다. 손을 맞잡고 있는 사람이 오 군수의 부인 배민주여사 왼쪽 앞으로 오 군수의 얼굴도 보인다.
지난해 군수선거운동기간 전윤갑 당시 담당과장이 오태완 군수의 선거운동 현장을 찾아 격려하고 있다. 손을 맞잡고 있는 사람이 오 군수의 부인 배민주여사 왼쪽 앞으로 오 군수의 얼굴도 보인다.

 

이를 두고 한 군민은 “한 다리 아니라 반 다리만 건너도 가족, 형제, 친척, 학교선후배인 좁디좁은 지역 탓이자 정리에 얽혀 준법의식마저 희미해진, 그래서 지역소멸을 향해 질주하는 의령의 서글픈 현실”이라며 탄식했었다. 당시 의령경찰서장은 이런 의령의 풍토를 일컬어 ‘의령스럽다’고 했다.

의령군 정기인사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인사결과에 대한 의령군 공무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정기인사에는 5급 사무관 3명, 6급 주사 2~3명 정도에 대한 승진 및 인사이동이 있을 예정이다.

이번 의령군 인사는 의령군 공무원 뿐 아니라 군민들에게도 초미의 관심사다. 오태완 군수가 군수로서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이 이번 인사 또는 12월 인사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항간에는 승진대상자들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선거에서의 공적과 군수와의 친소관계가 언급되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의령군 공무원 대부분은 오 군수가 강제추행 또는 선거법 위반으로 중도하차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하면서 “선거에서 오 군수를 도왔거나 오 군수에게 눈도장을 찍은 공무원들의 눈치작전과 로비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뜸했다.

한편에서는 오 군수의 눈 밖에 난 공무원들의 행보도 들려온다. 오 군수가 낙마하면 내년 4월 치러질 보궐선거에 출마채비를 차리고 있는 군수후보 가운데 어느 후보가 유력한지 집중탐구하는 학구파, 벌써 유력하다는 출마예정자 편에 선 행동파에 대해서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공무원은 “의령만 그런 것이 아니라 경남 군 단위 지역에 만연한 일이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부조리한 것은 알지만 휩쓸려 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실토했다.

의령군 퇴직 공무원 A씨는 “현직에 있을 땐 몰랐는데 퇴직하고 보니 참으로 부끄럽고 면목이 없다”면서도 “관 주도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가난한 의령에서 공무원들이 인사철, 선거철마다 출렁이면 의령의 미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의령군청 사정에 밝은 한 군민은 “볼수록 한심하고 해가 갈수록 더 심해지는 것 같다”면서 “권력기관을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언론과 군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시민단체가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