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산업단지 공사에 스러지는 마을, 서러운 주민들
대의산업단지 공사에 스러지는 마을, 서러운 주민들
  • 박익성 기자
  • 승인 2023.05.08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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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mm 비에 옹벽 넘어 토사 ‘콸콸’… 긴급피난

10년간 기간연장만 4번, 골재판매에만 ‘눈독’ 의심

옹벽붕괴 위험, 산업폐기물 불법매립‧적치 논란 야기

의령군, 수상한 행정에 경남도 감사‧경찰고발 이어져

 

집중호우가 내렸던 지난 6일 오후 산청군 생비량면과 맞닿은 의령의 서쪽 끝 대의면 추산리 부곡마을 주민들은 두려움에 떨며 뜬 눈으로 밤을 지새야 했다.

마을과 접하고 있는 대의일반산업단지 조성공사장에서 토사가 섞인 빗물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당시 높이 10여 미터 길이 200여 미터의 거대한 옹벽을 넘어 진흙탕물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던 것.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의령에 내린 비는 185mm. 6일 오후까지 100mm정도 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민들은 대의면사무소에 이 사실을 알리며 대책을 촉구했다. 대의면은 옹벽붕괴를 우려해 주민들을 긴급대피시켰다. 산업단지조성업체는 토사 추가유출과 옹벽붕괴를 막기 위해 계단식 옹벽에 쌓여있던 토사를 포크레인으로 치웠다.

옹벽을 넘어 흘러내리는 토사와 빗물(왼쪽) 옹벽위로 위험하게 쌓여있는 토석들이 위태롭다(가운데) 흘러내린 토사와 오니추정물질이 발이 빠질 정도로 쌓였다
옹벽을 넘어 흘러내리는 토사와 빗물(왼쪽) 옹벽위로 위험하게 쌓여있는 토석들이 위태롭다(가운데) 흘러내린 토사와 오니추정물질이 발이 빠질 정도로 쌓였다

주민들이 인근 추산마을회관으로 피신했다 마을로 돌아 온 7일 아침. 기자가 현장을 찾았다. 폭포처럼은 아니었지만 곳곳에서 흙탕물이 옹벽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흘러내린 흙탕물은 2차선 도로를 건너 농수로와 논으로 흘러들어 경작지를 오염시키고 있었고 대부분은 도로옆 배수로를 통해 인근 하천으로 빠져나갔다.

주민들과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빗물에 섞인 이 토사에는 골재채취과정에서 나오는 오니 또는 슬러지라고 불리는 폐기물이 섞여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멀리서 바라본 산업단지현장. 10여 미터 높이의 옹벽 위로 수십 미터는 더 되어 보이는 토사와 돌덩이, 오니로 보이는 회색 적치물이 거대한 산처럼 쌓여 있었다. 이 적치물들이 아래로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는 ‘코끼리 비스킷’ 마냥 일부분에 파란색 덮개 두 장을 덮어 놓은 것이 전부였다.

옹벽위로 산처럼 쌓인 토사위에 달랑 방수포 2장을 덮어 놓았다(왼쪽) 옹벽위로 층층이 쌓인 적치물 맨 위에 잿빛적치물로 추정되는 오니더미가 쌓여있다.
옹벽위로 산처럼 쌓인 토사위에 달랑 방수포 2장을 덮어 놓았다(왼쪽) 옹벽위로 층층이 쌓인 적치물 맨 위에 오니더미로 추정되는 잿빛적치물이 보인다

대의일반산업단지개발은 의령군이 민간개발방식의 계획을 최초로 승인한 사업이다. 이 사업은 민간업체인 A사가 2013년 초부터 2015년 말까지 조성하기로 했지만 사업기간이 2023년말까지 4번이나 연장(2021년 12월)되었다.

이 과정에서 의령군이 환경보전방안에 대해 관계기관과의 협조 업무를 불성실하게 처리한 것으로 판단된 것이 경남도 감사에서 지적되어 담당공무원 등이 훈계, 주의 등의 조치를 받았다. 의령군의 대처에 문제가 있어 보이는 부분이다.

사업기간이 올해말 11년이 되지만 올해말까지 사업이 완료될 것으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사업의 시행자가 산지에서 토석을 채취하여 평탄화하고 이곳에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했지만 실상은 골재채취사업에만 전념하고 있다는 의심하기 때문이다. 사업자가 또다시 연장신청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

이 사업과 관련해 환경오염 문제도 불거져 있다. 환경단체에서 골재채취 과정에서 발생하는 산업폐기물인 오니를 사업자가 현장에 파묻고 있다고 관계기관에 민원과 고소고발을 제기했던 것. 의령군 공무원이 사업시행자의 불법행위를 묵인하고 사업기간 연장을 허가해 준 혐의로 경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경상남도는 문제의 대의산업단지 산림보호법을 위반하며 골채채취를 했다며 사업자에 대한 청문절차를 진행하다 최근 의령군으로 넘겼다. 경남도에서 이 사안을 넘겨받은 의령군에서는 기획예산담당관 법무규제개혁담당 주관으로 최근 1차 청문회를 개최한 데 이어 2차 청문회를 열 것으로 알려졌으며, 업체는 토석채취문제와는 별도로 산업허가기간연장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관련해 최근 산업단지현장에서는 40대 폭파담당자가 근무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는데 이를 두고 허가만료를 앞둔 업체가 조금이라도 더 많은 골재를 채취하려고 욕심이 부리면서 담당자가 과로로 숨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었다. 기자가 현장을 찾은 7일 휴일에다 비가 오고 있는 와중에 토석채취작업은 진행중이었고 이를 실어나르는 덤프트럭들이 분주히 들락거리고 있었다.

대의산업단지조성사업의 이 같은 파행으로 고통을 겪어야 하는 이들은 결국 사업현장과 접한 주민들이다. 주민들은 옹벽붕괴, 농경지 오염에 더해 바로 옆에서 터지는 폭발소리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부곡마을은 산업단지조성사업 시행 전 2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조용한 마을이었으나 산업단지공사 때문에 주민들이 떠나고 5~6 가구 10여명의 주민만 남아 이제는 마을이라는 명칭조차 어색한 지경에 이르렀다.

주민들은 “그동안 면사무소와 의령군에 공사장 토사유출과 붕괴위험, 폭발음 등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지만 별다른 대책을 내 놓지 않았다. 소수만 남은 주민은 의령군민이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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