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숭일 선비의 의령향약(3)
이숭일 선비의 의령향약(3)
  • 허영일 편집위원
  • 승인 2019.03.27 12: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 향약정규는 수령향약이다

  조선후기 군현 단위의 향약실시는 주로 지방수령에 의해서 실시되고 있었다. 수령이 군현의 원활한 통치를 위해서는 사족의 적극적인 협조가 요청되었으며, 향약의 실시는 향촌사회에서 사족의 일정한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이었고, 아울러 사족을 수령의 통치체재 하에 편입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기도 하였다.

  수령에 의한 향약의 실시는 사족이 그들 스스로 향론을 주도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전제왕권의 강화에서 수령권의 강화이기도 하였다. 수령에 의한 향약실시는 점차 보편화 되어 조선후기 향약의 한 특징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향약은 면리조직의 보완적인 성격을 가지면서 풍헌과 약정을 통하여 실시되기도 하였다.

3. 김기향약과 이숭일의 향약정규

  김기의 향약은 1602년 작성된 것으로 주자의 4대 강목( 덕업상권, 과실상규, 예속상규, 환난상휼)을 기초로 퇴계의 과벌조와 고유 동계의 길흉조경, 환난상구, 춘추강신을 결합하였다. 김기의 향약조문은 이후 영남지방에서 실시된 대부분의 향약의 내용이 되었다.

  이숭일 현감의 향약정규는 1692년 시행되었다. 대략 90년의 시차가 있지만, 김 기 향약과 이숭일의 향약정규를 대조해 보면 덕업상권과 예속상교의 조항은 그대로이고, 과실상규에서는 다음 7개 조항은 채택하지 않았다.

1) 守身孀婚誘脅汚奸者(:수신상혼유협오간자: 수절하는 과부를 유인하거나 위협하여 더럽히고 간음한 자),

2) 公私聚會是非官政者(공사취회시비관정자: 공사의 모임에서 관정에 대해 시비하는 자),

3) 舊官餞亭無故不參者(:구관전정무고불참자: 구관을 전송하는데 이유 없이 참석하지 않는 자),

4) 公會晩到者(공회만도자: 공적인 모임에 늦게 도착한 자),

5) 無故先出者(무고선출자: 아무 이유 없이 먼저 나가는 자),

6) 貢物使濫徵價物者(공물사남징가물자: 공물을 거두는 관리로서 수수료 로 받는 돈이나 물건을 지나치게 징수하는 자),

7) 絲笠細衣紊亂名器者(사립세의문란명기자: 사립을 쓰고 명주옷을 입어 신 분관계를 문란하게 하는 자)

4. 의령향약정규의 선행연구

1) ‘영남향약자료 집성’ 해설편 17쪽

  爲政之道(위정지도) 當以敎化爲本(당이교화위본) 故近年以來(고근년이래) 朝家爲設(조가위설) 風憲約定之任(풍헌약정지임) 所以 化民成俗之意(소이 화민성속지의) : 정치를 행하는 도리는 마땅히 교화를 근본으로 삼는다. 그러므로 최근에 조정에서 풍헌과 약정의 소임을 만든 것은 이로써 백성들을 교화하고 좋은 풍속을 만드는(化民成俗) 뜻이다.

[ 이숭일 <恒齋集> 권 4, 宜寧縣榜諭文]

2) 조선후기 동계· 동약과 촌락공동체 조직의 성격( 이해준: 조선후기 향약 연구/ 민음사/ 121쪽)

  常漢 不入鄕約(상한 불입향약) 私作香徒者(사작향도자) 報官司罷去事(보관사파거사): 상놈이 향약에 참여하지 않고, 사사로이 향도(香徒, 공동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결성한 조직체)를 만들면 관청에 이를 보고하여 없애도록 한다.(향약행규)

⇒일반 민중이 수령햑약의 체제 속에 수렴되지 않고 사적인 조직을 만들었거나 만들려는 추세를 반영한다.

3) 18세기 주현향약의 성격(박경하: 조선후기 향약연구/민음사/171쪽)

1692년 이숭일은 의령에서 수령으로 재임하면서 양반의 소민침해 행위, 향리의 민간작폐, 아래로 상천들이 향약에 들어오지 않고 향도 같은 사작계(私作契)를 만드는 것을 규제하는 내용의 양반 상민 모두를 통치대상으로 하는 주현향약을 시행하였다.

⇨4편에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