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분석] 오태완 군수의 ‘성추행 사건’ 7 '끝'
[사건분석] 오태완 군수의 ‘성추행 사건’ 7 '끝'
  • 박익성 기자
  • 승인 2023.02.09 1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무원-기자 공모해 진실은폐 의혹 감지 … 군민에 알려야

재판서 확인한 통화시간만 6시간 … 고소‧경찰조사 전후 집중

드러난 비선실세의 실체 … 사실확인서 조작도 ‘의심’

‘성범죄피해자다움’ 재판전략 택한 오 군수, 과연 판결은?

의령인터넷뉴스가 이 사건을 집중분석하게 된 이유는 본사 대표가 군수라는 지역의 행정수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직접적인 이유도 있지만 취재과정에서 ‘지역언론인’과 ‘지역공무원’이 공모해 사건을 은폐하고 진실을 감추려는 정황을 발견한 것이 더 큰 이유다.

재판이 진행되면 될수록 의혹은 증폭되었다. 본 기자는 재판을 취재하면서 재판정에서 했던 이들의 발언에서 문제가 될 만한 부분들을 취재해 나갔다. 그리고 나중에는 재판결과와는 상관없이 재판과정을 비롯한 이 사건 전체를 군민들에게 알려주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기자로서의 의무감이었다. 이 사건이 부조리한 의령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재판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의령의 부조리한 현실

행정권, 인사권, 공사권을 모두 쥐고 있는 군수와 군민의 눈과 귀가 되어 사실을 전달해야 할 지역언론인들, 군민들의 봉사자여야 할 공무원들이 직분을 망각하고 군수 개인의 비리엄호에 나서고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리고 앞선 기사에서 그 의혹들을 보도했다. 이번 기사에서는 기자와 공무원, 비선실세의 공모 정황과 오 군수의 재판전략을 살펴본다.

검찰은 재판에서 이 사건이 발생하고 목격자들 특히 4명의 기자와 2명의 공무원의 잦은 통화내역을 제시하며 사건을 조작하기 위한 이들의 공모를 의심했다.

본 기자가 재판과정에서 확인한 통화내역만 건수로 33건 시간확인이 안 되는 통화를 제외한 총 통화시간은 228분이었다.(그림 참조) 재판에서 언급되지 않은 실제기록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통화는 피해자의 고소와 목격자에 대한 경찰조사 시기 전후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림
그림

 

검찰은 이들이 사건정황에 대한 진술 짜맞추기와 진술 이후 사실확인서 내용의 조율을 위한 접촉으로 추측하고 있으며 특히 7월초 이뤄진 최판균, 김상오의 8차례에 걸친 통화가 사실확인서 내용을 비슷하게 맞추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4명의 기자와 2명의 공무원은 이 시기 이전까지는 서로 통화조차 잘 하지 않을 정도로 교류가 없는 사이였다. 심지어 이날 간담회에서 처음 만난 사이도 있었다고 알려졌다. 이들은 법정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진술을 했다.

 

비선실세 A씨가 사건조작의 핵심?

재판 증인으로 나온 이미옥, 강신일, 정성기 3명의 공무원과 최판균, 김상오, 유종철, 안성기 4명의 기자, 중동식당 종업원 등 8명은 모두 A씨에게 자신들이 작성했다는 사실확인서를 건냈다고 증언했다.

사실확인서는 증인에 따라 경찰과 검찰 수사기관에 한 번 또는 두 번 제출되었다. 증인 자신이나 먼저 조사받은 증인의 진술을 오 군수에게 유리하게 바꾸는 내용이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오 군수는 A씨가 고등학교 동기의 부인으로 단순히 선거를 도와준 자원봉사자 일 뿐이라고 했지만, A씨는 사실 2021년 4월 의령군수 재선거에서 오 군수 선거를 진두지휘한 최측근이었다. A씨는 그 공로로 선거후 관변단체인 의병제전위원회 사무과장 자리를 차지했다. A씨가 증인들로부터 사실확인서를 받았던 시기도 A씨가 이 자리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증인들로부터 사실확인서를 제출받아 전하는 과정에서 증인이 보지도 못한 사진을 첨부한 사실이 발각되기도 했다. 이 사진에는 A씨가 경찰보다 먼저 현장점검을 하고 테이블 사이에 빈 병과 빈 접시를 수북히 놓은 뒤 촬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A씨는 이 사진을 식당종업원이 쓴 사실확인서에 첨부했다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식당종업원이 ‘본 적 없는 사진’이라고 해 적발됐다.

 

A씨, ‘성폭력문제에 관심많아 재판 참관’ … 오 군수와 관계 부인

A씨가 사건관여 인물로 떠 오른 계기는 드라마틱하다. A씨는 재판 초기부터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보고 있었다.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인물들은 연거푸 A씨의 이름을 언급했지만 검찰과 재판장 그 누구도 증인들이 말하는 인물이 방청석에 앉아 있음을 알지 못했다.

2022년 6월 선거 당선증 교부식장에서 A씨가 오 군수와 함께  찍은 기념사진
2022년 6월 선거 당선증 교부식장에서 A씨가 오 군수와 함께 찍은 기념사진

그러다 7차 공판 휴식시간에 재판장이 자신이 맡았던 사건에 증인으로 나왔던 A씨를 먼저 알아보았다. 재판장이 A씨에게 “이 사건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물어보자 A씨는 “원래 성가족상담소 창원에서 활동했던 사람이고, 지역의 일이고, 제가 이것과 관련해서 공부를 하고 있어 방청하게 되었다”고 답했다.

A씨의 정체가 탄로난 것은 8차 공판 때였다. 수사관과의 대질심문을 위해 법정에 재출두한 식당종업원에게 검찰이 “지난 공판에서 증언 전에는 A씨와 화장실에 함께 가고 증언을 마치고 함께 법정을 나가지 않았냐”고 물었고 그제서야 재판장은 방청석의 A씨가 증인들에게 사실확인서를 받았던 인물과 동일인임을 인지했다. 재판장은 이날 A씨에게 오 군수와 평소 친분이 있는지 물었지만 A씨는 ‘특별한 친분은 없다’고 답했다.

A씨는 의병제전위원회를 그만두고 2022년 선거에서도 피고를 위해 맹활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사건에서 피해자를 상담했던 여성상담소장을 비롯한 여성단체 인사들 가운데 여성운동가 A씨를 기억하거나 이름이라도 들어 보았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건설회사를 운영하는 A씨의 남편은 의령군으로부터 소소한 사업들을 받아 수행하고 있으며, 아들은 의령군의 청년희망프로젝트 ‘2022년 청년 소상공인 창업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지난해 의령군으로부터 2천여만원의 창업지원금을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물어뜯기’ 식 전략구사

오랜 정치경력을 자랑하는 오 군수는 이번 재판에서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물어뜯기 식’의 저급한 정치전략으로 이 사건 수사와 재판에 대응함으로써 지역민들을 편 가르고 피해자에게 씻기 어려운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정치적 음모론’과 ‘(성추행)피해자다움’이었다.

피해자다움이란 말이 있다. 피해자는 피해자답게 행동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주로 성폭력 피해자에게 강요되는 말로 피해자는 일정한 형태의 반응을 보이는 것이 정상이며 이와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은 가짜 피해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미투운동’을 촉발시켰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비서 성폭행사건 재판에서 유래되어 성범죄 가해자를 옹호하거나 피해자를 비난할 때 주로 사용되어 왔다.

그렇다면 ‘피해자다움’의 내용은 무엇일까. 오 군수의 성추행 사건과 같은 성범죄 피해자는 과연 어떤 반응과 태도를 보여야 ‘피해자답다’고 인정받을 수 있을까?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이들은 성범죄가 이뤄질 경우 피해자가 강하게 저항을 해야 하고 자해나 자살시도는 아니라 해도 최소한 적어도 모멸감과 고통으로 일상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피해자의 순수함과 연약함, 도덕성까지 요구하는 것이다.

만일 피해자가 이러한 피해자다움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을 때 피해자의 진정성을 의심한다. 널리 알려진 사례는 이런 것들이다.

안 지사의 재판에서는 피해자가 안 지사가 좋아하는 순두부집을 찾으려고 애쓴 점을 들었다. 고용주가 종업원을 성추행한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자기 옆에서 오히려 애교를 부린 점을 들었다. 동아리 회장에게 준 강간 피해를 입었던 대학생은 담담한 척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이어 간 것이 피해자답지 않다고 했다.(이들 사례는 모두 유죄로 판결났다)

 

‘피해자다움’과 ‘합리적 피해자의 관점’

‘피해자다움’에 대한 반론으로 ‘합리적 피해자의 관점’이라는 것이 있다. 성범죄의 판단은 일반인이 아니라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소위 ‘피해자다움’은 분명 사회적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사회적 편견으로 성범죄피해자는 피해신고를 망설이게 된다. 신분이 노출되고 수사기관과 법원에서 피해상황을 반복진술해야 한다. 주변 사람들로부터의 ‘피해자다움’에 대한 증명을 요구받으며 이를 증명하지 못할 경우 모멸과 수치는 물론이고 ‘피해자 코스프레’라는 의심까지 받게 된다.

최근 법원의 판례는 ‘피해자다움’보다는 ‘합리적 피해자의 관점’의 논리를 택하고 있는 추세가 뚜렷하다. ‘범죄를 경험한 후 피해자가 보이는 반응과 피해자가 선택하는 대응 방법은 천차만별’(대법원 2020. 9. 7. 선고 2020도8016)이라고 한 판결이 있으며, 1심 유죄판결에 이어 2심에서 ‘피해자다움’이 없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사건에 대해 ‘성폭력 피해자의 대처양상은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고 대법원이 2심 판결을 파기하기도 했다. ‘성추행 상황에서 피해자가 웃음을 보였다 하더라도 추가 증거조사를 통해 성추행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판결도 있었다.

 

피해자공격과 정치적 편가르기에 동원된 오 군수의 전략

오 군수의 ‘성추행사건’에서 오 군수측은 피해자의 고소 이전부터 수사와 재판에 이르기까지 ‘피해자다움’ 논리로 피해자를 공격하는 무기로 적극 활용해 왔다. 피해자가 사건현장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오 군수에게 ‘쪽쪽 빨아주겠다’고 했고, ‘2차로 노래방을 가자’고 했으며, 마칠 때는 ‘자리를 마련해서 너무 고마웠다’며 90도로 정중히 인사를 하는 등 피해자가 피해자답지 못한 처신을 했다고 주장했다.

오 군수의 비서는 사건 이후 피해자의 웃음소리를 녹취했고 이를 전달받은 일부기자들은 ‘성추행 당했다는 여자가 웃었는데 진짜 성추행이 맞겠느냐’고 주변인들에게 선전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가 2차 가해로 인한 불면증과 정서불안으로 정신과를 다니는 것을 두고도 ‘쇼’라고 치부했다. 재판과정에서 오 군수를 포함한 4명의 공무원과 4명의 기자, 변호인까지 나서 ‘피해자답지 못한’ 피해자의 언행을 문제 삼았다. 평소 활달하고 남자같다는 성격까지 이 범주에 끌어 넣었다.

오 군수 본인은 여기다 한 술 더 떴다. 지역언론인과 자신의 관계에서 자신은 가짜기사, 음해성 기사로 고통받는 ‘을’일 뿐이라고 엄살을 부렸다.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혐의를 의식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오 군수는 간담회에서 최판균 기자가 자신에게 광고지원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진술함으로써 실제로는 자신이 ‘갑’임을 실토했다.

피해자를 공격하는 논리로 ‘피해자다움’을 선택한 오 군수의 재판전략이 ‘합리적 피해자의 관점’을 적극 고려하고 있는 법원의 판결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두고 볼 일이다.

1심판결이 선고되는 날은 오태완 의령군수의 성추행사건이 발생한지 1년 8개월, 604일째 되는 날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