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분석] 오태완 군수의 ‘성추행 사건’ 6
[사건분석] 오태완 군수의 ‘성추행 사건’ 6
  • 박익성 기자
  • 승인 2023.02.08 2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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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군수 동선 둘러싸고 치열한 법정다툼

오 군수와 7인의 증언 서로 충돌 … ‘자중지란’

테이블 크기 ‧ 맥주병 수납 여부 ‘논란’

안성기 허위증언 의심 CCTV 단서 ‘발견’

<2월10일로 예정된 오태완 군수의 ‘성추행 사건’ 1심 선고를 앞 두고 군민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본지는 1년여 기간 동안 취재한 이 사건을 재판과정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이 사건에서 ‘오 군수의 범행시각’과 함께 제기된 또 다른 쟁점은 오 군수가 화장실로 나가기 위해 방안에서 움직인 동선이었다.

피해자와 신윤성 기자는 오 군수가 2개의 테이블 사이로 나가며 강제추행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림 왼쪽 참조)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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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는 월 50만원의 의령군 지원금을 계속해서 받기 위해 오 군수에게 잘 보이고 싶었다. 피해자는 그래서 오 군수 대신 소주폭탄주 만드는 일을 자청해 오 군수를 비롯 본인이 앉은 테이블 참석자들에게 권했다. 그리고 빈병을 테이블 아래 빈 공간에 차곡차곡 정리했다. 신 기자도 같은 진술을 했다.(사진1)

 

동선은 일치 그러나 테이블 간격 진술은 ‘8인8색’

두 사람은 왼쪽 벽과 테이블 사이 공간이 좁았다. 나중에 합석한 정성기 비서가 출입구 쪽으로 몸을 45도 돌리고 다리 한쪽은 빼고 앉아 있을 정도여서 참석자들이 테이블 사이 통로로 왕래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오 군수와 3명의 공무원, 4명의 기자들은 오 군수가 벽쪽으로 돌아 피해자의 등 뒤로 방을 나갔으므로 결코 그런 일이 없었다고 주장했다.(그림 오른쪽 참조) 그런데 오 군수가 화장실 간 시간에 대한 진술처럼 이들의 구체적인 진술은 각양각색이었다.

강신일 계장은 6시15분 현장에 미리 도착해 간담회 자리를 미리 준비했다고 했다. 강 계장은 당시 방안 테이블이 50cm 정도 벌어져 있어 종업원과 함께 왼쪽 테이블은 그대로 두고 오른쪽 테이블을 안쪽으로 옮겼다고 증언했다. 강 계장은 테이블을 딱 붙이려 하다가 너무 붙이면 무릎이 닿을 것 같아 조금 띄웠다고 했다.

기자들 중 안성기와 함께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했다는 김상오 기자는 방에 들어섰을 때 테이블 간격이 20cm 정도로 좁았다고 했고, 안 기자는 테이블 간격이 32cm였으며 오 군수와 무릎이 닿았다고 했다. 이미옥 담당관은 경찰에서 30~40cm라 했다가 재판에선 30cm로 좁혔다.

최판균 기자는 경찰에서 70~80cm라 했다가 사실확인서에는 20~30cm라고 했다. 이어 재판에서는 30~45cm라고 하면서 억지로 지나가려고 하면 지나가지만 지나갈 수 없다. 몸을 옆으로 돌려서 비스듬하게 해야 억지로 지나간다. 그런데 테이블과 벽 사이의 공간은 지나갈 공간이 있다고 했다.

최 기자의 오락가락 진술에 취재진이 사건현장에서 테스트를 해 보았다. 테스트 결과 테이블 20cm 정도에선 몸을 안돌리고도 조심스럽게 지날 수 있었고 25cm이상에서는 편안하게 오갈 수 있었다.

그런데 유독 유종철 기자만 자신의 진술이 후일 문제가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인지 이들과 격(?)이 다른 매끄러운 진술을 했다. 재판에서 유 기자는 테이블 사이는 넉넉지 않았지만 그 사이로 굳이 나가려면 나갈 정도였다고 했다. 유 기자의 경찰진술은 이랬다. 정 비서가 앉았던 자리는 빡빡해서 한 사람만 겨우 앉을 수 있고 사람이 서서 지나갈 수 없다. (벽쪽으로 돌아가는 오 군수 동선에 대해) 굳이 네 사람이나 지나서 그럴 필요가 있느냐고 했다. 오 군수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오고간 동선은 아예 모른다고 발뺌을 했다.

그러나 8월17일자 사실확인서에는 오 군수가 테이블 사이로 안갔을 것이라는 취지로 서술하면서 그 이유는 (자신은 못봤지만) 좁은 테이블 사이에 술병이 있었다는 것을 안 기자에게 들었기 때문이라고 흠잡을 데 없는(?) 간접화법을 썼다.

 

들어 올 땐 직선으로 나갈 때는 ‘구비구비’

강 계장은 탁자는 이후 안 움직였으며(이미옥 담당관도 같은 진술)테이블 사이에 빈 술병이 없었을 때도 지나가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강 계장의 이 증언은 같은 편의 공격에 심한 상처를 입어 누더기가 된다. 오 군수는 재판장의 질문에 입장할 때 테이블 사이로 들어갔다며 강 계장과 김 기자의 진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오 군수는 계속해서 정성기와 강신일이 들어와 자리하면서 테이블을 밀어 간격이 더 좁아졌다고 했다. 그래서 양쪽 벽으로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이 생겼지만 대신 옆자리의 안성기 기자와 무릎이 닿았다고 했다. 정 비서도 앉으면서 테이블을 앞으로 밀었다고 했다. 물론, 피해자 진술처럼 자리가 좁아 모서리에 비스듬히 앉은 적은 없다고 했다.

참석자 가운데 이날 간담회에서 딱 한 잔만 했다는 안성기 기자의 진술은 스스로 진술을 번복하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안 기자는 벽과 테이블 사이의 간격이 어느 정도였는지, 오 군수가 어디로 나갔는지도 모르지만 오 군수가 출입구에 서 있는 모습은 봤다고 진술했다. 안 기자는 그러나 검찰에서 오 군수가 정성기의 등 뒤로 돌아갔다. 본인이 직접 테이블 사이에 빈 소주병 2개와 수육 빈접시를 놓아 두어 오 군수가 가운데로 지날 수 없었다고 자세히 진술했다.(그리고 이를 유 기자에게 전했다) 그보다 앞선 경찰조사와 사실확인서에는 이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뒤죽박죽 엇갈리는 진술들

오 군수가 김상오, 정성기, 신윤성, 피해자의 등 뒤로 해서 방을 나가는 구체적인 정황에 대해서도 이들의 일관성은 고사하고 뒤죽박죽이었다.

최판균 기자는 정성기 비서가 일어났다고 했지만, 테이블사이 간격보다 벽과 테이블 사이가 더 넓었다는 김상오 기자는 검찰에서는 정 비서가 일어났다고 했다가 재판에선 정 비서가 등을 숙여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고 했다. 이미옥 담당관은 정 비서가 앉아 있었다고 했으며 안 기자는 모른다고 했다. 정성기 본인은 앉아서 등을 숙였다가 오 군수를 뒤따라 일어났다고 했다.

오 군수의 동선과 관련된 쟁점은 테이블 크기와 테이블 옆쪽 아래로 맥주병이 들어 갈 수 있는지 여부였다. 피해자와 신 기자는 테이블 옆쪽 아래에 빈병들과 접시를 차곡차곡 정리해 통로이동에 불편이 없도록 배려했다고 했다.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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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오 군수와 7명의 증인은 소주병은 몰라도 맥주병은 테이블 밑으로 들어갈 수 없어 테이블 사이에 둘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테이블 사이가 좁은데다 그 사이에 빈병과 접시 등이 있었으니 통행불능이라는 취지였다.

먼저 테이블 크기가 문제였다. 중동식당 2층에는 유리가 덮인 등나무 테이블이 10개가 있다. 이 가운데 2개는 큰 것(152*90cm)이고 8개가 작은 것(122*75)이다. 취재진이 현장을 방문했을 때 건넌방에 8개의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구석진 곳에 2개의 큰 테이블이 있었고 그와 나란하게 6개의 작은 테이블이 있었다. 사건이 벌어진 작은 방에는 2개의 작은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사건현장 테이블 크기 … 과연 진실은?

피해자와 신기자는 <그림 왼쪽>처럼 당시에 큰 테이블이 있었고 경찰의 현장조사에서도 이 테이블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그림처럼 큰 테이블이 사용되었을 경우 벽쪽으로 통로를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오 군수와 7명의 증인들은 그러나 <그림 오른쪽>처럼 작은 테이블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경우 테이블에 사람이 앉아도 양쪽 벽으로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므로 오 군수는 테이블을 당연히 돌아서 나갔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이 테이블 테두리가 바닥으로부터 24cm여서 25~26cm 높이의 맥주병이 억지로 넣지 않으면 들어가기 어렵다고 역설했다. 따라서 테이블 사이에 맥주병을 놓을 수밖에 없었고 통로가 막혔다는 논리였다.

김상오 기자는 아예 양반다리한 자신의 무릎조차 테이블 밑으로 안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나올 때 보니 테이블 사이가 맥주병으로 아예 막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미옥 담당관은 테이블 사이에 술병, 물통, 음료수 빈병 등이 있었다. 최판균 기자는 쓰러진 술병을 바로 세웠고 안성기 기자는 굳이 넣으려면 눕혀서 넣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7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식당 종업원의 증언 한 마디에 이들의 논리가 위태로워졌다. 테이블 밑으로 맥주병이 들어간다는 것. 부랴부랴 8차 공판에 이를 부정하는 동영상이 증거로 제출됐다.(동영상 1)

그러나 이 동영상(맥주병 부분)을 자세히 보면 오 군수가 맥주병을 테이블 앞으로 넣어 이리 저리 움직이다 세워서 아래위로 움직이는 부분이 나오는데 아래 위로 여유가 있음을 알게 되자 정작 논란이 된 테이블 옆으로는 맥주병을 대 보기만 할 뿐 넣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8차 공판에서 검찰이 이에 대한 반박증거로 작은 테이블 밑으로 맥주병이 쉽게 들어가는 <동영상2>를 제출하자 억지가 아니면 넣기 힘들다던 변호인은 부자연스럽게 들어간다고 표현을 바꿨다. 맥주병은 살짝 기울이면 작은 테이블 밑으로 쉽게 들어갈 뿐 아니라 그 양도 1박스 이상(사진)이며 빈 접시는 더 쉽게 넣을 수 있다. 하물며 큰 테이블은 너무도 쉽게 아래로 빈병 등을 넣을 수 있음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8시에 내려갔다던 안성기 기자 7시26분 CCTV에 ‘덜미’

한편 <사건분석5> ‘오 군수의 범행시각’편 기사내용과 관련해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어 오 군수와 참석기자 간 모의정황을 의심하게 한다.

지난 기사에서 본지는 <안성기 기자는 8시에 담배 피러 1층에 다녀 온 후에 오 군수가 화장실에 갔었다고 주장했지만 안 기자의 흡연모습은 8시40분에야 포착되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안성기 기자가 8시40분 이전에도 흡연하러 1층으로 내려오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되었다. 시간은 7시29분~31분(실제시간 7시26분~28분) 사이였다.

따라서 술을 딱 한 잔만 했다는 안기자가 다시 올라 오고 나서 오 군수가 화장실에 간 것이 사실이라면 그 시각은 8시 이전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리고 오 군수가 신 기자가 통화중이던 8시17분 이후에 화장실로 갔다는 주장은 거짓일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피해자는 오 군수가 화장실로 나가고 안 기자가 뒤따라 밖으로 나간 것으로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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