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분석] 오태완 군수의 ‘성추행 사건’ 5
[사건분석] 오태완 군수의 ‘성추행 사건’ 5
  • 박익성 기자
  • 승인 2023.02.07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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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문제발언은 참석자 모두 인정

강제추행 혐의에는 ‘2대8‘ 피해자측 절대적 열세

그러나 범행시각 두고 진술번복, 상호모순 ‘자중지란’

1층 CCTV, 2층의 정황파악에 결정적 역할

 

<2월10일로 예정된 오태완 군수의 ‘성추행 사건’ 1심 선고를 앞 두고 군민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본지는 1년여 기간 동안 취재한 이 사건을 재판과정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이 사건에서 오 군수의 혐의사실은 편의상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사건의 앞 부분. ‘나도 벌게집니다. 밑에까지 벌개집니다’라는 오 군수의 언행에 대해서는 이들 7명도 모두 시인했다. 엄밀하게 말해 1명이 시인했고 나머지 6명은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일보 안성기 기자가 군수의 이 말에 ‘재치를 발휘해’ 얼른 ‘군수님, 발 말이지예. 발’이라 되받았다고 시인했기 때문이다. 안 기자는 ‘밑’이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다른 참석자들에게 남자성기로 오해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안성기 기자 ‘해명성 발언’, 쓸데 없는 말 … ‘밑’과 ‘아래’

의령신문 유종철 기자는 재판에서 안 기자의 이 발언에 대해 ‘재치는 있었지만 쓸 데 없는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제3자가 들으면 아리송한 유 기자의 이 말은 안 기자를 제외한 6명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지적이었다. 성적인 의미가 없었다고 해명해야 했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반말로 ‘군수, 왜 이리 얼굴이 붉노?’ 물어보니까 오 군수가 존대말로 ‘나는 술을 먹으면 얼굴, 목, 아래 다 붉습니다’라 대답(최판균), ‘몸 전체가 빨개지고 밑에까지 붉어진다’고 했다(김상오) ‘온 몸이 붉어진다’고 했다(유종철). 목 아래까지 빨갛다고 했다(정성기) 안성기 발언은 대화를 재미있게 위한 양념이라 생각(이미옥), 다 웃는 분위기(강신일) 아무 반응 없었다(안성기)

오 군수의 이 발언에 대한 7명의 표현과 변명은 가지각색이지만 공통점은 하나다. 오 군수의 발언에 아무도 불쾌하거나 성희롱 의도를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신 그들은 피해자가 오 군수를 ‘쪽쪽 빨아드리겠다’고 했다면서 그 발언이 더 불쾌했다고 입이라도 맞춘 듯 한 목소리를 냈다. 모의정황으로 치자면 한 가지 더 있다.

기자들이 ‘밑’이라고 표현한 것에 반해 공무원 3인은 ‘밑’ 대신 좀 더 부드러운 어감의 ‘아래’로 삼국통일 한 점이다. 언어사용 측면에서 언어를 다루는 기자들보다 공무원들이 한 수 위였던 것. 기자들과 공무원들의 진술차이는 중요쟁점에서 또 다시 등장하는데 이번엔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것이어서 자신들 스스로 증언의 신뢰성을 무너뜨리게 된다.

오 군수는 자신이 알콜 알러지가 있기 때문에 실제로 ‘온 몸이 붉어진다’고 하소연했다. 피해자에게 모멸감과 성적수치심을 주기 위해 한 발언이 아니라는 뜻이다. 알코올 알러지(알레르기)는 알콜을 섭취하면 얼굴과 몸에 두드러기나 붉은 반점이 나타나고 몸에 열이 나거나 구토, 두통, 복통 등 이상 증세가 나타난다. 이 증상의 정식명칭은 알코올 분해장애, 알코올 불내증이라고 한다. 몸 안의 알코올 분해효소가 부족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이다.

흔히 술을 입에도 대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 증상이 있다. 당시 오 군수는 적어도 몇 잔의 소주폭탄주를 마신 것으로 추정되는데 오 군수가 정말 이 증상이 있었으면 병원에 실려 갔어야 맞다. 아마도 이 사건 항소심에서는 오 군수의 몸 속 알콜분해효소 검사결과서를 증거로 제출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좁은 공간에서 발생한 사건임에도 ‘모른다’ … 허점투성이 증언들

이처럼 해석은 다를지 몰라도 강제추행 전 문제발언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간담회 참석자 10명 모두 인정하지만 이 사건의 본체인 강제추행에 대해서는 극과 극, 도 아니면 모다.

2대 8. 10명의 참석자 가운데 오 군수의 강제추행이 있었다고 진술한 사람과 없었다고 진술한 사람들의 숫자다. 2는 피해자와 신윤성 기자. 8은 오 군수를 비롯한 4명의 공무원과 4명의 기자들이다. 완전한 수적 열세다. 증인의 수만 보면 이 사건은 분명 자작극처럼 보인다. 하지만 재판에서 드러난 이들 8명의 목격담을 자세히 들어보면 뒤죽박죽 대략난감이다. 한 마디로 허점투성이다.

그런 사실 없다(김상오, 유종철, 이미옥), 그런(같이 가자. 보여줄게) 말 한 적 없다. 피해자가 어디 가냐고 물어보니까 화장실 가는데 거기까지 따라 올 거냐고 말한 게 전부다(정성기), 전혀 목격 못했다(안성기), 본 적 없다(강신일).

피해자의 손목을 끌며 ‘같이 가자 밑에도 벌건지 보여줄게’라는 했다는 오 군수의 혐의를 부인한 목격자들의 증언이다. 이들의 증언을 일일이 나열한 이유는 ‘다르다’, 다르기 때문이다. 부인하는 표현이 다른 것처럼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7명의 진술은 일관성이 없고, 서로 어긋나며 어떤 경우에는 서로 딜레마에 빠지기도 한다.

사건이 일어난 중동식당 2층 방 공간(가구 제외)은 가로 3.9m, 세로 3.2m 일반 가정집 중간 방 정도 크기다.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 벌어진 사건을 두고 각양각색의 다른 진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간담회 초반 있었던 오 군수의 성희롱 발언에 대해 대체로 같은 진술을 하고 있는 것<도표 참조>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사건의 주요내용에 대한 이들의 진술을 살펴본다.

 

범행시각 쟁점화 … 오 군수, ‘불쑥 발언’으로 사전포석

타임라인으로 정리해 본 참석자들의 증언.
타임라인으로 정리해 본 참석자들의 증언.

이 사건 재판에서 주요쟁점은 오 군수가 화장실에 간 시각과 동선이었다. 쟁점은 처음부터 제기된 것이 아니다. 경찰조사 이후 피고인측에서 제기해 쟁점으로 부각된 것이다. 먼저 오 군수가 화장실에 간 시각.

“저는 행사나 모임에 참석하기 전 화장실에 가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날도 군수실에 딸린 화장실에 들렀다 출발했습니다.” 오 군수는 검찰조사에서 불쑥 이 말부터 꺼냈다. 그 누구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던, 그리고 관심조차 없었던 오 군수의 배뇨습관. 오 군수가 다짜고짜 자신의 습관을 말했던 이유는 바로 강제추행이 화장실 갈 때 이뤄졌다는 기소내용 때문이었다.

재판에서 나온 오 군수의 진술내용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도표 참조) 간담회 막바지(8시쯤)에 식사가 나왔고 본인은 곰탕을 5분만에 다 먹고 나서 화장실로 갔다(진술에 따른 추정시각 8시20분께)는 것. 이 때 신윤성 기자가 건넌방에서 통화하는 것을 보았다. 신 기자는 본인이 화장실에서 돌아올 때까지 통화중(8시17분~33분. 도표 참조)이었다. 따라서 신 기자는 오 군수가 화장실 가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피해자와 신 기자는 ‘밑에도 벌개진다’는 발언 10~40분 이후(7시30분 이전, 도표 참조)에 오 군수가 화장실로 가며 피해자를 강제추행했다고 증언했었다. 검찰에서 오 군수의 ‘불쑥 발언’이 바로 이를 대비한 포석이었던 것. 한 시간에 두 번이나 화장실 가는 것은 상식적이 않으므로 두 사람의 주장은 거짓이라는 뜻이다.

<도표>는 오 군수와 7명의 증인들의 진술한 시간을 정리한 것이다. 도표로 정리한다고는 했지만 진술내용이 오락가락 한 것들이 워낙 많았다. CCTV로 확인되는 시간을 기준으로 이들의 주장대로 그려 보았다.

 

신윤성 기자는 볼 수 없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신 기자가 건넌방에서 통화를 하고 있는 동안 오 군수가 화장실을 다녀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 군수와 최판균 기자는 신 기자가 통화하는 모습과 음성도 들었다고 했다.(다만 대화장소는 방과 복도로 불일치), 정성기 비서는 1층으로 계산하러 내려갈 때 신 기자의 통화모습을 보았고 신기자의 통화가 끝나고 17분이 지나 올라왔을 때도 신 기자가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정황에 대한 이들의 진술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난해할 뿐 아니라 경찰과 검찰에서의 진술, 수사기관에 제출한 사실확인서의 진술, 재판에서의 진술이 달라진 경우가 태반이었다. 허위로 의심되는 진술도 발견되었고 상황에 전혀 안 맞는 증언도 있었으며, 각자의 진술이 서로 모순되기도 했다. 피해자와 신윤성 기자의 진술은 검경 수사과정에서부터 재판 내내 변함없이 일치하는 것과 대조된다.

우선, 오 군수를 포함한 공무원들과 기자들의 진술의 결이 크게 달랐다. 오 군수의 발언을 ‘밑’과 ‘아래’라고 다르게 표현한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공무원들의 진술에는 수육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 반면 기자들은 수육에 대한 언급이 없다. 또한 공무원들은 신 기자가 건넌방에 있어 오 군수가 화장실 가는 모습을 목격하지 못했다고 증언하지만 최판균 기자를 제외한 3명의 기자들은 이에 대해 모른다거나(김상오) 언급 자체를 하지 않았다.

오 군수는 자신이 화장실에 다녀 온 사이 피해자가 안주로 수육을 주문했다고 주장했고 정 비서는 화장실에 있는 오 군수를 기다리다 8시30분께 1층으로 내려갔다가 계산을 하고 올라오니 피해자가 시킨 수육이 있었다고 했다. 두 사람은 이것이 7시14분에 제공된 2차 수육에 이은 3차 수육이라고 했다.

정 비서는 이 추가수육과 술값으로 며칠 후 17만2천원을 추가로 결재했다고 했다. 취재결과는 달랐다. 2021년 6월23일자 오 군수의 업무추진비 내역에는 이 금액이 중동식당에서 열린 경남 탄소중립추진위 출정식 참석자 식사비로 기재되어 있다.

 

수육 주문 2회? 3회? … 강 계장과 안 기자, CCTV 속에서 ‘증발’

이미옥 담당관, 극과 극을 오가는 진술번복, 변호인 주장도 ‘오류’

이와 달리 강신일 계장은 오 군수가 화장실 다녀 온 전후 피해자의 요구로 자신이 직접 1층으로 내려가 종업원에게 수육을 주문했는데 이것이 2차 수육이라 했다. 하지만 간담회 도중 강 계장이 내려온 모습은 CCTV에 단 한번도 잡히지 않았다.

이미옥 담당관의 진술은 극과 극을 오간다. 경찰에서 이 담당관은 오 군수가 화장실에 간 시각이 피해자 및 신 기자가 진술한 시간과 엇비슷하고 피해자가 2차가 수육을 간담회 말미에 시켰다고 진술했으나 그후 계속 진술내용을 변경, 재판에서는 결국 강 계장의 진술과 결을 같이 했다.

기자 가운데 최판균 기자는 재판에서 오 군수와 같은 주장을 했다. 하지만 최 기자는 수사기관에서 내용은 같으나 시간은 피해자와 같은 시간대라고 진술했음이 밝혀졌다. 안성기 기자는 8시에 담배 피러 1층에 다녀 온 후에 오 군수가 화장실에 갔었다고 주장했지만 안 기자의 흡연모습은 8시40분에야 포착되었다.

수육과 관련해 재판에서 <도표>상 8시15분에 식당 종업원이 2층으로 올라 간 이유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간 주장이 엇갈렸다. 이 시간대에 찍힌 CCTV 내용에 대해 검찰은 이 모습에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으나 변호인은 이것이 수육을 준비해 올라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식당종업원은 수육을 준비하는 모습 같지 않으며 국밥을 담는 모습처럼 보인다고 증언했다.

오 군수가 화장실을 다녀 온 시각과 관련한 공무원들의 진술과 CCTV 화면에 대한 변호인의 주장은 그 자체로 심각한 모순을 보여준다. 오 군수가 신 기자 통화시간(8시17분~33분)에 화장실을 갔었고 2차든, 3차든 수육이 제공되었으며 CCTV 내용이 수육을 준비해 제공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다 맞다고 해도 그렇다.

시간이 안 맞는 것이다. 제대로라면 수육이 제공되고 오 군수가 화장실에 갔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무원들의 증언이 사실이면 CCTV 내용이 틀린 것이다. 반대로 CCTV가 맞다면 이들의 증언은 거짓말이다. 게다가 CCTV 화면에서 종업원이 2층에 다녀 온 8시20분 이후 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장면이 전혀 포착되지 않는다. 8시 30분쯤부터는 직원들이 퇴근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에서 CCTV는 큰 역할을 했다. 중동식당 1층에는 CCTV가 있지만 2층에는 없다. 오 군수와 증인들은 이 사실을 처음부터 알았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층 식당내부를 비추는 CCTV를 확대해 분석하면 어떤 음식을 준비하는 것인지 짐작할 수 있음은 미처 알아채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에 제출된 CCTV 영상은 오 군수와 목격자들의 증언에 숨어있는 허점들을 찾아내는 일등공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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