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령망신 톡톡히 … 부끄러움은 오로지 군민 몫
의령망신 톡톡히 … 부끄러움은 오로지 군민 몫
  • 박익성 기자
  • 승인 2023.01.16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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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군수, 법원 장애인주차구역 불법주차 차량 승차 ‘눈총’

군수 편 든 의령군민, 비난하는 도민들에 고성·막말 ‘물의’

타지역 주민, ‘군수나 군민이나 … 의령군 수준이?’

지난 11일 정오께. 오태완 의령군수의 결심공판이 막 끝난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주차장에서 보는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소란이 일었다. 법원 현관 바로 앞 장애인주차구역에 주차된 차량에 재판을 마친 오 군수가 탑승하는 것을 목격한 한 무리의 재판방청객들이 손가락질하며 수군거리고 있었던 것. 경남 각 지역에서 오 군수의 결심공판을 참관하러 온 여성상담소장들이었다.

장애인차량이라도 운전자와 동승자 가운데 장애인이 아니면 장애인주차구역 이용은 위법이다. 그런데 이 차량은 장애인차량이긴 하지만 운전자와 동승자인 군수 모두 장애인이 아니므로 명백한 위법이었던 것이다. 장애인불법주차는 10만원의 과태료, 장애인 차량의 표지를 위변조 하거나 부정하게 사용하면 200만원의 과태료는 물론 공문서부정행사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최근 어느 대도시에서는 준공무원이 이러한 일로 해당한 사례도 있다.

장애인 이동권 보호를 위해 설치된 주차구역을 정상인이 사용해도 문제인데, 위법을 저질러 재판을 받으러 온 피고인이, 하물며 경상남도 1개 군을 책임지는 군수가 이용하는 것을 눈앞에서 지켜본 사람들이 이를 규탄한 것은 당연지사였다.

그런데 여기서 의령군민 한 사람이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상담소장들에 따르면 이 군민은 10여명의 경남지역 상담소장들에게 “너희들 신랑이면 그러겠느냐!”는 등 큰 소리와 막말로 한참이나 자신들을 위협하다 다른 군민의 만류로 언행을 중지했다.

취재결과 장애인주차구역에 불법주차한 차량은 오 군수의 수행비서인 정성기씨가 자가용으로 사용하는 장애인차량으로 밝혀졌다. 또한 오 군수를 옹호하며 등장한 흑기사 군민은 재판시작 전 법정 앞 복도를 오가며 기자를 ‘개나 소’로 지칭하며 모욕을 주고자 했던 군민과 동일인물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 비서는 “친인척 가운데 장애인이 있어 자가용으로 이용하고 있다”면서 이번 일은 모두 자신의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경남여성상담소장들은 “오 군수가 성추행 사건에 대해 반성은커녕 정치적 음모라고 주장하고 얼마 전 방송에 보도된 관용차 편법교체에 대해서도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지적하며 “명백히 불법행위로 밝혀진 이 일에 대해서도 ‘음모’라거나 ‘모르는 일’이라고 시치미를 뗄 것인지 똑똑히 지켜보겠다”고 전했다.

한 경남도민은 “의병의 고장이라는 의령이 군수부터 군민까지 이 정도 수준인 줄 몰랐다. 위법행위로 재판을 받는 군수가 법원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것을 보니 기가 찬다”며 “의령군을 대표하는 공인으로서 공식적인 사과를 하고 국무총리처럼 자진해서 과태료도 납부해야 할 것”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일부 군민은 “법원에 입장할 때 방송국 등 언론 카메라 세례를 받고 재판에서도 징역 6월 구형을 받아 경황이 없었을 군수를 걱정한 비서의 독단적인 행동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지역 군수를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지역민이 항의하는 것이 군민으로서 당연한 일이지 어떻게 지탄할 일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다른 군민은 “비서는 과잉충성에서, 누구인지 짐작이 가는 그 군민은 ‘내가 군수님을 위해 이렇게 노력했으니 나중에 좀 챙겨 달라’는 유치한 의도에서 비롯된 추태”라고 혀를 차며“군수가 실추된 의령군과 군민의 명예를 진정으로 되찾으려면 불법주차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취재후기

이 기사는 지난 11일 ‘군수가 장애인주차구역에서 장애인차량을 탔다’는 한 군민의 제보에서 시작됐습니다. 기자는 처음 불법주차사실만 있었던 것으로 알고 사실 확인을 위해 정성기 비서와 통화했습니다. 정 비서는 선뜻 사실을 인정하고 곧바로 자신의 잘못으로 발생한 일이라고 고백했습니다.

이에 기자는 정 비서의 태도와 군수가 그런 쪼잔한(?) 위법행위까지 했다는 사실에 얼굴이 너무 화끈거려 보도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기자도 기자이기 이전에 의령군민의 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불법주차를 두고 문제의 군민이 비상식적 행동까지 있었다는 제보가 잇따라 들어왔습니다. 이 가운데 가뜩이나 오 군수의 성추행사건에 대해 분노하고 있던 경남여성성상담소장님들의 입장이 특히 강경했습니다. 얼마전 관용차 편법교체 보도도 언급했습니다. 잘못하면 이 해프닝이 경상남도 아니면 전국에 알려져 개망신을 당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며칠 고민한 끝에 기자는 차라리 기사를 쓰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런 내용의 기사는 어느 한 언론사가 먼저 쓰면 다른 언론이 따라가는 경우가 잘 없기 때문입니다. 본사와 같이 존재감이 제로에 가까운 시골언론의 기사는 더욱 그렇습니다. 밖에서 욕을 먹는 것보다 집안에서 욕을 먹는 것이 더 나아 보였다는 말입니다.

기자를 ‘개나 소’로 칭해주신 군민님, 본사를 ‘갑질언론’으로 정의해 주신 군수님, 지역언론은 홍보기사만 보도해야 한다는 신념이 투철(?)하신 김형규 비서실장님, 모든 일이 자신의 허물이라고 쿨하게 인정하신 정성기 비서님, 그리고 군민여러분의 혜량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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