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개나 소나 기자하는 의령
[기자수첩] 개나 소나 기자하는 의령
  • 박익성 기자
  • 승인 2023.01.13 1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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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1. ‘의령에는 개나 소나 다 기자하는 모양이지요?’

11일 오태완 군수의 성추행 결심공판이 열리는 마산지원 225호 법정 앞. 출입문 앞에서 기다리는 기자 주변을 오가며 의령군민 한 사람이 큰 소리로 좌중이 들으라는 듯 외치던 말이다. 회사 이름까지 말했으니 분명 본 기자를 두고 한 말이다.

발언2. “지역언론의 횡포와 갑질은 도를 넘은지 오래다. 기자인지 선거 브로커인지 선거때만 되면 악의적 보도가 기승을 부리고…”

잠시 후 열린 재판의 하이라이트, 피고인 최후진술에 나선 오 군수의 발언이다. 재판 내내 갑질하는 언론인들이 모인 기자간담회에서 ‘을’ 신세인 힘없는 자신이 ‘어찌 감히 여성언론인을 성추행하겠느냐?’는 주장의 일부다.

발언3. “의령인터넷뉴스는 왜 그리 그런 (안좋은) 기사를 쓰려고 합니까? 군수님이 얼마나 잘하시는데 잘하는 것만 내도 모자랄 판에”

12일. 전날 법원주차장에서의 추태를 고발하는 제보를 받고 확인 차 걸었던 통화에서 김형규 비서실장이 수화기 너머 불만에 가득 찬 목소리로 했던 발언이다.

김 실장의 발언에 흘려버리려 했던 전날의 발언들이 다시 귀속에서 되살아나났다. 군수에게 우호적인 군민, 재판에서 자신을 변호하는, 위증죄 처벌도 안 받는 피고인 군수의 억지발언까지는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이번엔 국민의 세금으로 녹을 받는 직업공무원까지!! 황망함을 넘어 속에서 부글거리며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의령의 수준이 이 정도란 말인가? ‘기사검열, 관제언론, 언관유착, 언론 길들이기…’ 이런 단어들이 떠오르다 나중에는 허탈한 웃음만 나왔다.

세 사람의 발언을 요약해봤다.

‘군수에게 해가 되는 기사를 쓰는 기자는 개나 소’(군민)이고 ‘불리한 기사를 쓰는 것은 언론의 갑질’(오 군수)이다. 그러므로 ‘의령언론은 군정홍보와 군수찬양에만 앞장서야만 한다?’(김 실장)

의령군은 군수가 지배하는 독재국가인가?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이들이 아직까지 있다는 말인가? 이들이 혹시 ‘언론’과 ‘기관지’ 또는 ‘관제언론’을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언론의 사전적 정의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이나 현상에 관한 뉴스와 정보를 취재하여 기사로 작성하고, 때로는 의견을 첨가하여 대중에게 제공하는 공적 기관이다. 개인이 운영을 해도 ‘공적 기관’이다

기자가 아는 언론의 기본소명은 ‘사회나 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 그리고 ‘여론형성’이다. 감시와 견제로 국가와 사회의 부패와 횡포를 막기에 언론을 ‘사회의 빛과 소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언론을 워치독(watchdog. 감시인, 파수꾼)이라 부른다. 언론이 각종 정보들을 시민에게 제공해 여론을 형성하는 기능을 하는 것도 물론이다.

언론의 이러한 역할 때문에 강력한 왕조국가 조선마저도 군주를 탄핵하는 언론 3사(사헌부, 사간원, 홍문관)를 오히려 소중히 여겼으며 ‘언로가 막히면 그 국가와 사회의 혈관이 막히는 것’이라는 표현도 여기서 나왔다.

반면 ‘기관지’는 국가기관이나 공공단체가 이념이나 업무성과를 널리 홍보하기 위해 발행하는 신문을 말한다. 그러다보니 비판이나 반성이 있을 리 없고 일방적인 선전만 한다. 지금도 공산국가나 독재국가에서 체재유지를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정이나 기관홍보를 위해 이런 매체를 운영하고 있으며 의령군청도 몇 년 전까지 발행했었다.

‘관제언론’이란 언론이 본연의 소명과 공정성, 객관성을 상실하고 정부나 권력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언론을 일컫는다.

기자에게 ‘홍보기사만 쓰라고?’ 김형규 실장의 발언은 기자에게는 바로 이러한 ‘기관지’나 ‘관제언론’ 기자’가 되라는 모욕적인 언사로 들렸던 것이다.

김형규 실장의 발언의 취지가 진정 그런 취지이고 평소 소신이라면 김 실장은 공무원 자격이 없는 불량공무원이다. 김 실장의 발언은 정치인 군수를 위해 언론에 보도지침을 전달하고 언론을 통제하려는 의도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므로 ‘헌법 7조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 지방공무원법 제51조 공무원은 주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친절하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는 공무원 직무윤리규정 위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자는 군민과 군수는 몰라도 의령군수를 보필하는 의령군 최고 엘리트 직업공무원인 6급 비서실장이 그 독재시대 권력자의 ‘언론관’을 가졌다고는 믿을 수 없다. 자신이 모시는 군수에 대한 지극한 충성심과 투철한 직무의식에서 ‘언론’과 ‘기관지’ 또는 ‘유사언론’을 잠시 혼돈했다고 믿고 싶다.

통화 말미 “그러면 공무원으로서 실장님은 언론이 군이 잘하는 기사만 실어야한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한 대목에서 기자는 김형규 실장이 잠시 망각했던 공무원의 신분으로 돌아갔다고 믿고 싶은 것이다.

단 음식만 찾아 먹으면 이가 썩고 몸이 상한다. 쓴 약은 몸을 치료하고 건강하게 한다. 언론과 권력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쓴 소리는 보약이고 단 소리는 독약’이다. 의령군에 쓴 소리 한마디 하지 않고 단 소리만 하는 언론은 언론이 아니다. 의령군의 ‘기관지’, ‘관제언론’, ‘유사언론’ 쯤으로 불려야 마땅하다는 것이 기자의 신념이다.

군수나 군정에 비판적인 기사를 쓰는 기자가 ‘개나 소’이고 호의적인 기사를 쓰는 기자가 ‘사람’이라면 사람이 아닌 ‘개, 소’가 되겠다. 군수에게 불리한 기사를 쓰는 것이 ‘언론의 갑질’이라면 의령인터넷뉴스는 기꺼이 ‘갑질언론’이 되겠다. 쓴 소리하는 진짜 ‘언론’이 되고 싶을 뿐, 단 소리만 내뱉는 ‘권력의 나팔수’는 극구 사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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