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제보? 이장의 갑질? … 마을이장, 주민 상대 무더기 고소고발
공익제보? 이장의 갑질? … 마을이장, 주민 상대 무더기 고소고발
  • 박익성 기자
  • 승인 2022.12.02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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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부터 주민 4명에 20건 고소고발

“사과와 피해배상 없으면 100건이라도 할 것”

흉흉해진 민심‧주민 불안 “떠나고 싶다”

군민들, “마을대표가? 있을 수 없는 일”

 

이장이 마을주민을 무더기로 고소고발하는 일이 벌어졌다. 민심이 흉흉해졌고 주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의령군 유곡면의 한 마을. 40여 가구, 대부분 60대 이상인 주민 60여명이 거주하는 이 마을 이장 A씨가 올해 초부터 11월까지 주민 4명을 상대로 의령군청과 의령경찰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등에 확인된 것만 20건의 고소고발을 남발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 과정에서 A이장도 3건의 고소고발을 당했다.

 

사건의 발단

A이장이 마을주민들을 상대로 무더기 고소고발에 나선 것은 올해 1월초 면사무소에 제출된 추천서에서 비롯되었다. 이 추천서에는 마을주민 26명의 연명으로 A 이장이 아닌 다른 주민을 마을 이장으로 추천하는 내용으로 사실상 A이장에 대한 불신임이자 사퇴요구였다.

A이장은 150만원을 마을에 기부하는 조건으로 이 추천서를 회수한 뒤 이 추천서 작성을 주도한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주민 B씨를 지목, 추천서 연명부에 오른 명단 일부가 허위라며 B씨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수사결과 경찰이 무혐의 결정을 내렸지만 A이장은 이에 이의신청을 제기, 이 사건은 검찰로 넘어갔다.

A이장은 마을회관에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B씨를 또다시 경찰에 고소했다. B씨가 A이장 동생과의 통화에서 동생이 A이장을 욕하는 내용을 마을주민들이 모인 자리에서 들려줬다는 것. 경찰은 이 건에 대해서도 무혐의결정을 내렸다.

B씨에 대한 A이장의 공세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농로에 몇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고 의령군에 고발해 나무를 뽑아내고 1만5천여원의 변상금을 물었고, 면세유 불법수급으로 고발당해 조치를 받았다.

 

설상가상, 통행료 내라는 고소장까지

설상가상으로 B씨는 더 황당한 경우를 당했다. 25년전 이 마을로 이주한 B씨와 이웃 주민들이 주차장으로 사용해 오던 토지를 A이장이 올 3월 갑자기 소유권을 주장하며 폐드럼통을 세워 사용을 막았다. 최근에는 해당 토지를 매수한 A이장의 아들 명의로 주차장 부지와 접한 통행로도 역시 자신의 소유이므로 통행을 금지하고 통행할 경우 1회 통행 시 3만원의 통행료를 내라는 내용의 민사고소장을 받았다.

이 일은 형사사건으로까지 확대됐다. 그전까지 친밀하게 지냈던 A이장의 처사에 분노한 B씨가 남편 욕을 했다는 말을 전해들은 A이장 부인이 B씨 집으로 들이닥쳤고 이를 막는 B씨와 몸싸움 끝에 상해를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병원치료비에 위자료를 합해 390만원을 물어내라는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했다. B씨도 이번에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현장에 설치된 CCTV 녹화물을 증거로 A이장의 아내를 퇴거불응죄로 맞고소하기에 이르렀다.

 

고소고발 폭탄 맞은 전 이장

A이장의 고소고발이 집중된 상대는 마을의 전 이장 C씨. C씨는 도합 10건의 고소고발을 당했다. 이 가운데 A이장이 했다고 시인한 것은 9건, A이장은 자신을 이장자리에서 끌어내리려고 주민들을 선동했기 때문에 C씨를 고발했다고 주장했다.

A이장은 C씨를 B씨와 함께 사문서위조 혐의로 고발한 것은 물론, C씨가 이장으로 있는 동안 의령군에서 시행한 하천정비사업과 관련해 집중적으로 고발했다. 의령군은 C씨 소유 토지를 편입시켜 하천 옆에 도로를 개설하면서 C씨의 막히는 주택 진입로 대신 새로 진입로를 내주었다. 그런데 C씨가 하천부지인 그 진입로의 일부를 무단으로 점용하고 그 위를 시멘트로 포장했다고 A이장이 고발해 각각 28만원, 8만7천원의 변상금을 물었다.

C씨는 또한 주거지에 쌓은 전석이 하천부지의 일부를 불법점유 했다는 고발로 비용을 들여 축대를 뒤로 물러 다시 쌓았는가 하면, 다른 지번의 전석이 도로부지를 침범했다는 고발을 당하기도 했고, 경사진 자신의 농지를 평탄화 했다가 불법형질변경으로도 고발당했다. 농업직불금 및 농어민수당 부정수급, 면세유 불법수급 등으로도 고발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A이장은 면세유 불법수급은 모른 일이라고 부인했다.

계속되는 고소고발의 충격으로 C씨는 올해 2월과 5월, 2차례 119구급차에 실려가기도 했고 진입로 일부의 시멘트포장에 대한 의령군의 철거명령에 억울하다며 항의하며 거부하다 경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집중된 고소고발의 배경 … 특혜의혹

C씨가 철거명령을 3번씩이나 거부하다 경찰에 고발된 까닭은 이러했다. 이장을 맡고 있을 당시 시행된 마을의 하천정비사업구역에 자신의 토지가 일부 속한 C씨는 혹시라도 공적인 사업에서 이장이랍시고 특혜를 받는다는 오해를 사기 싫었다. C씨는 군청에서 진입로 전부를 포장해주겠다는 제안을 뿌리치고 진입로 구간 중 자신의 소유 토지 부분은 자비로 포장했다는 것. 고발로 헐고 새로 쌓은 전석도 마찬가지 경우라고 했다. 군 담당자는 이 사실을 인정하면서 “그때 군청에서 직접 했다면 이런 일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미안해했다.

C씨는 최근에도 직접 걷어낸 문제의 시멘트 포장 구간 옆에 심었던 관목을 고발당해 모두 뽑아야만 했다.

하지만 A이장은 마을하천정비사업에서 C씨가 개인적인 특혜를 받았다고 믿고 있다. 새로 개설된 하천 옆 도로가 C씨 집 앞에서 심하게 굴곡져 있고 낮았던 도로 옆 토지를 높여 옹벽까지 쌓았는데 이것은 당시 이장이자 당시 군수의 측근이던 C씨가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하천사업 이후 전입해 매일 굽은 도로를 다녀야만 하는 또다른 주민 E씨가 가세했다.

E씨는 그간의 과정을 이렇게 밝혔다. 주민들이 의령군과 면사무소에 통행하기에 위험하니 굴곡부분의 직선화해 달라’는 민원을 두어 차례 제기했지만 ‘예산이 없다’고 거절당했다. 이후 주민민원으로 의령군 자체감사, 경남도 감사실,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 행정안전부 등에서 사안을 검토하고 현장실사를 하기도 했지만 만족할만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E씨는 의령군에 여러 차례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공개청구를 거부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기도 하면서 공사 과정에서의 비위의혹을 밝히기 위해 직접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E씨는 군청 관련부서의 기피대상 1호(?) 인사가 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E씨는 “도로직선화 무산이 C씨가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의심했다.

C씨는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 공사 당시에 곡선부분을 펴달라고 직접 건의했으나 설계변경과 공사금액 상승 등의 이유로 거절당했다”면서 “지금이라도 도로직선화가 추진된다면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억울해 했다.

 

굴러온 돌과 부화뇌동했다는 이유로

A이장의 고소고발은 어린시절 이웃에서 함께 성장했고 지금도 지척에 생활하는 F씨와 혼자 사는 여성노인 G씨도 예외가 아니었다. A이장의 주장에 따르면 두 사람은 원주민이면서도 외부에서 이주한 B씨, C씨와 부화뇌동해 자신을 이장자리에서 끌어내려 했기 때문이다.

B씨는 25년전, C씨는 15년전 이 마을에 전입해 정착했고, F씨는 평생 마을에 적을 두고 살아온 토박이이며 이 마을로 시집 온 80대 G노인은 50년째 이 마을에 거주하고 있다. 이와 달리 올해 70이라는 A이장은 이 마을 출신으로 출향한 지 50년이 지난 6년 전에야 돌아와 문중 소유의 재실을 빌려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F씨의 모친은 요양원에 입원해 농사를 지을 수 없는데도 농업직불금을 수령했다고 고발당해 290만원을 환수 당했다. A이장은 F씨가 살고 있는 주택 처마를 불법 증축했다고 고발했다. 이에 F씨도 면세유 부당수령과 화장실 등 불법건축에 대한 고발로 응수했다.

A이장은 이밖에도 하천부지에 무단으로 야채농사를 지은 일로 고발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 건은 A이장의 잦은 고발에 이력이 난 의령군에서 하천부지 무단점용에 대한 전수조사과정에서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일로 8만원의 변상금을 내야했다.

A이장이 ‘촉새’라고 부르는 G노인도 최근 코로나에 걸려 자가격리 마지막 날 외출한 일과 농업직불금을 부당하게 수급받은 일로 고발당했다.

이와 같은 마을의 사정이 외부에 알려지게 된 것은 얼마 전 의령읍과 유곡면에 내걸린 현수막이 계기였다. A이장에게 10건의 고발을 당한 전 이장 C씨가 실명을 밝히고 ‘살기좋은 유곡 ○○ 고발없이 살고싶다’고 호소했던 것. A이장은 이 일에 대해서도 검인을 내준 의령읍 담당자에게 관련법규를 따지며 철거를 요구했다고 전해졌다.

 

참을 수 없는 분노 … ‘사과와 배상 없으면 100건이라도’

A이장은 “고향에 돌아와 보니 동기들이 이웃마을에서 이장을 하는 것을 보고 농사도 없으니 소일거리 삼아 마을에 봉사하고 싶어 이장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마을에 봉사하려고 이장이 됐는데 마을주민들을 고소고발하는 이유를 묻자 A이장은 “100건이면 어떤가? 뭐가 잘못됐느냐? 나는 떳떳하다. 이장을 해임하려면 마을총회를 열어서 하든지 해야지 연명으로 추천장을 제출하는 그런 짓에는 참을 수 없었다”면서 “서류에 서명한 사람들은 끝까지 응징할 계획”이라고 했다.

A이장은 C씨를 가리켜 “굴러온 사람이 전임이장이 모르면 가르쳐 주고 해야지. 그런 짓을 할 수가 있느냐. 그 충격으로 아직 청심환, 신경안정제 먹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들어온 놈은 지근지근 밟아서 꽥 소리도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을 인근 마을 이장들로부터 들었다”고 전했다.

A이장은 주민들 특히 나이가 많은 여성노인들에게 함부로 욕을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장이 욕하는 것은 잘못 되었지만 어른이면 어른값을 해야 어른이지 이장을 끌어내리려 서명이나 하는, 어른 노릇을 못하는 짓을 하니 욕을 한다. 그게 죄가 되면 (법대로) 처리하면 될 것 아니냐”고 언성을 높였다.

A이장은 앞으로도 추천서에 서명한 마을주민들을 상대로 고소고발을 계속하겠느냐는 질문에 “주동자들이 사과했으면 벌써 끝이 났을 일이다. 지금이라도 추천서 사건의 주동자들이 진심으로 사과하고 내가 입은 피해금액 가운데 아내의 치료비 200만원을 물어준다면 그만 둘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가 이후 기자와의 통화에서는 “50만원을 깎아 150만원과 사과가 있으면 지금부터 그만 두겠다”고 했다.

A이장이 주장하는 피해금액은 주민들이 면사무소에 제출한 추천서를 돌려받기 위해 마을에 기부한 150만원과 이 돈을 인출하는 과정에서 잃어버린 100만원, 병원비 200만원, 주민들을 고소고발하기 위해 법무사, 행정사 등에게 지불한 대서비용 200만원 도합 650만원이다.

 

마을주민, 군민들의 반응

기자가 만난 마을주민 20여명 가운데 여성 노인의 대부분은 이구동성으로 “평소 욕을 입에 달고 다닐 정도로 입이 험해 대화하기가 겁난다.”고 말했다. 마을에 거주하는 80대 주민 모씨는 “평화롭던 마을이 이장 때문에 바람 잘 날이 없다. 아들이 마을분위기가 험악하니 집밖에 나가지 말라고 한다”면서 “마을 떠나고 싶다”는 심경을 밝혔다.

A이장을 옹호하는 주민도 있다. 평소에는 다른 곳에서 지내다 휴일에 마을로 돌아온다는 모씨는 “A이장이 추진력 있게 마을 일을 잘 처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단지 말투가 거친 것이 흠”이라면서도 A이장이 고소고발한 사건이 20건이나 된다는 사실을 듣고는 “이장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오죽했으면 그랬겠느냐? 나름 열심히 하려는 A이장을 주변에서 학식이 짧고 언행이 거칠다는 이유로 무시하고 마을주민들이 뒤에서 하는 험담이 켜켜이 쌓여 생긴 깊은 감정의 골이 근본원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주민도 “아무리 그래도 고소고발을 하려면 이장 완장을 내려놓고 하던지 했어야 했다.”면서 불편한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이 마을에서 이뤄진 일련의 사건들을 보는 외부의 시선도 싸늘하다. 의령읍의 한 군민은 “믿을 수 없다. 마을의 대표이자 대변인이어야 할 마을이장이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고 갈등을 풀기는커녕 개인적인 감정으로 마을 주민들에 대한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가례면에 거주하는 또 다른 군민은 “직무상 알게 된 주민들의 비위사실을, 그것도 마을에 피해를 입히거나 하지도 않는 사소한 일들을 이장완장을 차고 고발하는 것은 법적으로는 몰라도 도의적으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사진=유곡면의 한 마을이장이 주민상대로 고소고발을 남발해 물의를 빚고 있다. 사진은 마을주민이 실명으로 내 건 현수막
사진=유곡면의 한 마을이장이 주민상대로 고소고발을 남발해 물의를 빚고 있다. 사진은 마을주민이 실명으로 내 건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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