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99%의 유죄확률과 무죄추정의 원칙
[기자수첩] 99%의 유죄확률과 무죄추정의 원칙
  • 박익성 기자
  • 승인 2022.05.26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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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재판 관련 KNN 후보토론 분석

 

오태완 후보, “반대세력의 날조된 정치적 음해” 결백 주장

김충규 후보, “99% 유죄판결” “오 당선시 선거 다시 할 것”

25일 KNN 주최로 열린 의령군수 후보토론회를 뜨겁게 달군 이슈는 단연 후보의 도덕성과 자질 문제였다. 그 가운데 현재 재판중인 오태완 후보의 성추행 사건을 두고 김충규·오태완 두 후보는 열띤 설전을 벌였다.

성추행 사건은 오태완 후보가 애써 받은 국민의힘 공천을 내려놓고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게 만든 오 후보의 아킬레스건이다.

오 후보가 먼저 방어막을 쳤다. 오 후보는 모두발언에서 “성추행사건으로 군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했지만, 이후 자유토론에서 “성추행사건의 검찰 기소는 정치적인 판단”이며 “자신을 반대하는 세력들이 자신을 음해하기 위해 지어낸 사건으로 자신은 무죄”라고 주장했다.

오 후보는 그러면서 지난해 김 후보의 출정식에서 성추행피해자가 찍힌 사진과 이번 선거 출정식에는 성추행사건의 고소인 측 증인이 연설하는 사진을 증거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검찰의 성추행 기소에 대해 일개 지방군수가 야당정치탄압 운운하다니 기가 찬다”면서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자에게 2차 가해하고 피해자를 고소한 것은 3차 가해했다”라고 비난했다. 김 후보는 그러면서 “피해자를 고소한 사건이 무혐의로 결정났다. 성범죄에 2,3차 가해가 합쳐지면 이는 중범죄에 해당한다”고 오 후보를 몰아붙였다.

김 후보는 ‘범죄 후 1, 2심 재판 무죄 현황 차트’를 제시하며 “검찰이 기소한 사건의 99%가 유죄가 된다”면서 “(오 후보가 당선되면) 의령은 1년 안에 선거를 또 해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오 후보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거론하며 김 후보의 ‘1년 내 보궐선거’ 주장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반발했다.

기자는 독자들의 이해에 도움이 되도록 토론회에 나온 두 후보의 논리를 정리해보고 토론내용 중 빠진 사실을 보충해 본다.

먼저 오 후보가 정치적 음해의 증거라고 내세운 두 장의 사진은 ‘양날의 검’이다. 오 후보의 ‘정치적 음해’의 근거가 될 수도, ‘성추행 사건’의 동기가 될 수도 있다.

오 후보는 지난해 김 후보의 군수 선거출정식에서 찍힌 피해자의 사진 한 장을 근거로 성추행피해자가 김 후보 편이어서 “작년 선거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기사를 쓰지 않았고 성추행사건을 꾸며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그런데 이 논리는 흔히 논리학상 ‘논리의 과도한 비약’으로 분석될 뿐 아니라 뒤집으면 범죄 기로도 볼 수 있다. 피해자에 대해 못마땅해하던 오 후보가 마침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피해자와 마주 앉게 되자 앙심을 품고 성추행했다고도 추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 후보가 피해자 측 증인이라고 제시한 또 한 장의 사진 속 인물은 ‘정치적 음모’와는 거의 연관성이 없다. 지역언론인인 이 인물은 성추행사건 당시 현장에 동석했던 목격자다. 이 언론인은 오 후보 측에서 유리한 진술을 해 달라는 회유와 협박을 거절하자, 오 후보 측으로부터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고소당해 무혐의 결정을 받았으며 얼마 전 오 후보를 무고와 명예훼손으로 고발한 인물이다.

둘째, 김 후보의 ‘99% 유죄판결’주장과 오 후보의 ‘무죄추정’ 주장을 살펴본다. 김 후보의 주장은 “검찰에 의해 재판에 넘겨진 사건 99%가 유죄로 판결 난다”는 재판분석자료이므로 성추행으로 재판 중인 오 후보가 유죄가 될 확률이 99%이며 무죄가 될 확률은 단 1%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오 후보의 주장은 “무죄추정 원칙에 의해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는 무죄”라는 의미로 읽힌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무죄추정이 곧 무죄라는 의미는 아니다. 오 후보가 김 후보의 ‘99% 유죄판결’에 대해 이의를 달지 않았으므로 두 후보의 논리를 요약하면, ‘오 후보는 최종적으로 무죄판결을 받지 않았고 1%의 무죄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99%는 성범죄로 유죄판결을 받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와 관련, 김 후보가 “성범죄에 더해 2,3차 가해가 더해지면 중범죄가 된다”는 주장은 배경을 모르면 쉽사리 이해하기 어렵다. 지난해 피해자가 ‘오 후보에게 성추행당했다’며 고소한 직후 오 후보는 ‘피해자의 주장이 거짓’이라며 피해자를 무고와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하지만 피해자의 ‘성추행고소’는 재판에 넘겨졌고, 오 후보의 고소는 무혐의로 종결되었다. 얼마 전 오 후보의 고소에 대해 피해자가 다시 무고로 고소했으므로 이 무고 사건이 강제추행과 재판에서 합쳐지면 오 후보가 금고 이상의 형을 받게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뜻이다.

법규상 지방자치단체장이 금고형 이상의 형을 받게 되면 그 직에서 물러나야 하므로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김 후보의 ‘1년 이내 다시 선거’발언은 이에 근거한 것이다.

오 후보 측은 자신의 성추행 재판과 관련해 유권자들에게 “무죄판결이 나올 것이다. 만일 유죄판결이 나와도 임기가 끝날 무렵에나 나올 것이며 형량도 벌금형 정도여서 군수직 유지와는 상관이 없다”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 측은 이에 대해 “성추행에 무고죄까지 병합돼 재판이 진행되면 금고형 이상의 형량이 나올 것이 확실시된다. 그 시기도 빠르면 올해 안 늦어도 내년 정도일 것이다”고 반박한다.

토론회를 지켜본 한 군민은 “만일 오 후보가 당선되면 재판 때문에 군정에 차질이 빚어질 것은 뻔하고, 판결이 나면 ‘의령은 성범죄자가 군수’라는 손가락질을 받을 확률이 99%인데, 잘 못하면 선거까지 또 치러야 한다니 기가 막힌다”고 푸념했다.

또다른 군민은 “설마 그런 일이 생길 거라고는 믿지 않는다. 일 잘하는 오 후보가 무죄를 받고 재선까지 할 것이다”며 자신만만해했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의령군수 후보자 토론회를 지난 25일 12시 50분~13시50분까지 KNN TV 토론회를 했다. https://youtu.be/rUoIcl6DZPE 캡쳐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의령군수 후보자 토론회를 지난 25일 12시 50분~13시 50분까지 KNN TV에서 했다. 사진은 https://youtu.be/rUoIcl6DZPE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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