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공천 안 돼? 그럼 묻고 ‘플랜B’로 가!
[설왕설래] 공천 안 돼? 그럼 묻고 ‘플랜B’로 가!
  • 박익성 기자
  • 승인 2022.05.09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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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군수 ‘공천파동’ 뒤에 숨은 오 군수의 ‘큰 그림?’

오 군수 애초 ‘무소속 출마’ 배수진 치고

공천결격 알면서도 정치인맥 동원 ‘무리수’

국민의힘 ‘무공천’ 결론나면 선거유리 할 수도

 

국민의힘 당규상 성범죄로 재판중인 자는 공천받을 자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태완 군수가 당당히(?) 의령군수공천권을 따낸 것을 두고 지역정가에서 오 군수의 계획된 전략이었다는 ‘음모론’이 회자되고 있다.

오 군수는 지난해 ‘여기자 성추행사건’을 저질러 올해 1월 재판에 회부됐다. 오 군수가 긴급기자회견까지 열어 성추행 사건이 ‘자신을 음해하려는 정치적 음모’라고 주장하는 한편, 피해자를 무고죄로 고소하면서까지 자신을 결백을 주장한 것은 검찰에 의해 기소되면 국민의힘 윤리규정에 의해 공천 자격을 상실한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당시 오 군수가 검찰의 기소에 대해 ‘야당 정치인 탄압’이라고 비난한 것도 당 윤리 규정에 명시되어 있는 구제조항을 염두에 둔 계산된 발언이라는 해석이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규정 제22조 1항은 오 군수처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자는 경선 참여 자격이 당연히 정지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4항에서는 징계를 받은 자의 재심 요구가 있을 때 정치탄압 등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하는 경우에는 면책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역정가에서는 오 군수가 이때부터 애당초 불가능한 공천을 성공시키기 위한 사전작업에 착수했으며, 더불어 무소속 출마 준비도 병행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오 군수의 무소속 출마는 지역정가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져 있었다.

오 군수는 공천 작전에 20여 년간 경력으로 다져진 정치 및 언론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인물이 소위 ‘윤핵관’으로 불리는 윤한홍 창원시마산회원구 국회의원, 강민국 경남 진주시 을 국회의원 등이다. 윤 의원은 홍준표 경남지사 시절 행정부지사로 재임하면서 당시 도청에서 정무직을 맡고 있던 오 군수와 진한(?) 관계를 맺은 사이로 중앙에서 오 군수를 적극 지원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 의원은 오 군수가 지난 2020년 총선에 출마를 노렸던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도당 공천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오 군수의 경선 컷오프를 저지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소문이 났다.

오 군수는 진주지역 하순봉 국회의원 비서관을 시작으로 홍준표 도정인수단장, 경남도청 정무특별보좌관, 국민의힘 지방행정특보단장 등을 거치면서 경남 정치판에서 뼈가 굵은 인물이다. 그만큼 발이 넓다는 말이다. 최근에는 윤 의원 말고도 윤석열 당선인의 최측근 의원과 소통한다는 말도 나온다.

오 군수는 언론작전도 ‘선거 베테랑’답게 면밀히 진행해 온 것으로 보인다. 진주, 창원 등 경남지역은 물론 의령지역 언론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평판이 자자하다. 대부분의 언론은 여기자 성추행사건, 선거법 위반 판결 등 큰 이슈가 되거나 공공기관의 공식적인 발표를 제외하고는 오 군수에게 불리한 기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지난 2월 오 군수가 성추행 피해자를 무고죄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 경찰이 무혐의 결정한 사실도, 언론인 출신으로 오 군수가 군청 보도 담당으로 영입한 공무원의 불법선거운동 고발 사실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다. 심지어 의령지역신문은 오 군수의 여론조사 결과를 과장해서 보도해 언론단체로부터 불공정 보도로 시정조치를 받을 정도였다.

오 군수가 지난 4월 초 군수직을 유지하면서 당에 공천신청을 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도 ‘여론 간 보기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천받을 자격이 없는데도 공천을 신청한다고 발표하면 반응이 어떤지 떠 보려는 의도였다는 것.

하지만 우려와 달리 아무도 오 군수의 공천신청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오 군수의 작전은 성공하는 듯했다. 시민단체와 공천경쟁자, 전직 군수, 전직 군의회 의장 등 군민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정계 및 언론계에 미리 펼쳐놓은 포석이 든든한 방어막이 됐다. 도당과 중앙당을 오가며 컷오프 시비가 일었지만 오 군수는 오히려 단독공천 요구를 했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자신만만해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인근지역 경북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오 군수처럼 당규로 공천받을 자격이 없는 현 의성군수가 경선후보로 결정되자 다른 후보가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했고 위법하다는 결정이 나오면서 경선에서 서진식 후보를 압도적으로 누르고 공천대상자가 된 오 군수의 공천전략이 꼬여버렸다. 의성군수와 오 군수는 둘 다 국민의힘 윤리규정 22조 공천 배제자에 해당하는 죄로 재판 중이기 때문이다.

8일 공천 무자격자인 오 군수가 참여한 경선이 위법하므로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신청이 법원에 접수되었다. 같은 당규 위반에 대한 경북지방법원의 결정이 이미 나와 있으므로 법원의 판단이 ‘인용’으로 나올 것이 확실시된다.

가처분신청 결과는 빠르면 오는 11일 나올 예정이고 군수 본선거 등록이 13일까지여서 경북 의성처럼 경선을 처음부터 다시 하려면 시간이 부족하므로 재경선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경선효력 정지 결정이 나오게 될 경우, 향후 예상되는 상황은 3가지이다. 오 군수가 국민의힘 후보로 본선거에 나서는 것, 국민의힘이 오 군수를 제외한 인물로 단수 공천하는 것, 그리고 무공천하는 것이다.

첫 번째 경우, 유력정치인들이 계속해서 오 군수를 돕는다면 국민의힘은 법원 결정을 무시하고 이미 공천권을 따낸 오 군수가 국민의힘 후보로 나설 수 있지만 후폭풍이 만만찮다. 선거 자체가 무효가 되어 재선거를 치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역정가에서는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두 번째 단수공천과 세 번째 무공천 가운데 무공천으로 결론이 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만일 이 예측이 적중한다고 해도 오 군수의 계획은 좌초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성공적이다. 지역정가에 파다한 음모론에 따르면, 이미 무소속 출마를 준비해 왔던 오 군수 입장에서도 국민의힘 공천 후보와 겨루는 것보다는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의령 정계에서는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오 군수의 출마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오 군수는 ‘다 계획이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이번 의령군수 공천 파동을 지켜보고 있는 지역정계의 한 인사는 “이 음모론이 전부 사실은 아니겠지만 2만 6천 군민의 대표를 뽑는데도 정치 술수와 유력 정치인들, 거대정당의 손에 놀아나고 있는 의령의 현실이 참으로 서글프고 개탄스럽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취재진은 국민의힘 중앙당과 경남도당, 기사에 언급된 정치인들에게 기사내용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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