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국민의힘 이게 정당이냐?’ 들끓는 민심
[돋보기] ‘국민의힘 이게 정당이냐?’ 들끓는 민심
  • 박익성 기자
  • 승인 2022.05.07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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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재현된 막가파식 ‘묻지마 공천’

뇌물죄, 성범죄 피고인 경선후보 밀어 붙여

빗발치는 재심신청, 민원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

의령군수 두 번의 공천파동 모두 오태완 군수가 중심

 

점입가경 ‘텃밭’ 공천파행

지방선거를 앞둔 국민의힘 영남지역 공천파행이 점입가경이다.

경북 의성군수 경선은 당헌당규를 무시하고 뇌물죄로 재판중인 현역군수의 경선후보결정을 강행하다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렸고, 의령군수 경선 역시 경선은 치렀지만 성범죄로 재판중이어서 당규상 부적격자인 현역군수가 경선을 치러 법의 심판대에 오르기 직전이다.

부산의 한 기초단체장 후보는 경선배제, 경선참가, 하루 만에 또다시 경선배제당하는 희한한 경우를 당해 결국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등 경남, 경북, 부산, 울산 등 영남권역 전체에서 며칠 후면 시작되는 국민의힘 윤석열 정부의 ‘공정과 상식’과는 전혀 동떨어진 ‘공천잡음’이 말 그대로 일파만파다.

보수정당 일변도의 정치구도. 즉 망국적 폐해라고 불러도 좋을 국민의힘 일당독재 환경이 빚어낸 연례행사이다. 여기다 2년 후 치러질 총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국회의원들의 자기사람 심기, 정치적 인맥을 이용한 줄 대기, 불리한 기사는 막고 유리한 기사로 여론을 호도하는 언론플레이 ….

이루 나열하기조차 힘든 온갖 모략과 술수가 난무하는 탓에 일반유권자가 보지 못하는 도덕성과 자질, 정책을 검증해 후보자를 거른다는 정당공천제의 명분은 사라진지 이미 오래다.

 

코까지 막히는 의령군수 공천

뉴스가 차단된 지역. 큰 사건이 아니면 타지 사람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시골마을이어서일까? 영남권의 공천파동 가운데 경남의 ‘초미니 지자체’ 의령에서의 국민의힘 군수공천은 시쳇말로 기가 막히다 못해 코까지 막힐 지경이다.

올해 국민의힘 의령군수 경선도 결국 법원까지 갈 지경에 이르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논란의 중심에는 오태완 현 의령군수가 있다.

20여 년간 정치판에서 뼈가 굵은 오 군수는 진주에서 시장, 국회의원에 출마했으나 실패하고 불현듯 지난해 의령군수 보궐선거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치러진 국민의힘 경선, 그러나 함께 경선에 참가헸던 후보들은 황당한 경험을 했다. 후보들 앞에서 경선결과 발표는 관례를 깨고 공천자만 발표했던 것.

경선결과는 이후 보도자료로 발표됐다. ‘선거 베테랑’ 오군수가 정치신인 가산점 10%를 받아 1위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의혹에 찬 탈락후보들은 결국 법원에 ‘공천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했지만 기각되었다.

(관련기사 의령인터넷뉴스 4월9일자 돋보기-‘밀실공천’, 막가파식 ‘묻지마 공천’…)

그런데 운명의 장난일까? 올해도 같은 내용의 가처분 신청이 법원 문을 두드리게 됐다. 상대방은 국민의힘 경남도당, 수혜자는 오태완 군수. 지난해와 바뀐 것이 없다. 다른 것이 하나 있다면 이번엔 신청사유다.

 

1년만에 다시 재판대 올라

지난번에는 경선 과정에서의 불공정 의혹이 사유가 되었지만 이번에는 경북 의성군수 경선에 대한 법원의 위법판단사례도 있는, 명백한 국민의힘 당헌당규 위반이 이유다. 오 군수의 경선참여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22조. 강력범죄, 성범죄, 파렴치범죄, 부정부패 범죄로 기소된 자는 기소와 동시에 피선거권이 정지된다는 규정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2020년 2월 부산시장, 경기도지사, 서울시장 등 민주당 광역단체장의 성범죄를 비난하며 우리당은 도덕성만큼은 철저히 지키겠다며 윤리위원회 규정을 만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리고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후보의 도덕성 만큼은 철저히 검증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그랬던 국민의힘이 어이없는, 아니 어쩌면 계획된 것인지도 모를 실책(?)을 저지르고 있다. 경북의 경우를 제쳐두고 의령의 경우만 보자. “성범죄 가해자는 안된다”는 지역여성단체들의 규탄, “고장의 명예와 지역민의 자존심을 살려 달라”는 전직 군수와 군의회 의장을 비롯한 군민들의 목소리, 재심의하라는 중앙당의 요청도 모두모두 묵살하고 공천 무자격자를 공천 대상자로 만들어 주었다.

 

민심은 ‘나 몰라라’ … 당헌‧당규도 무시

정권을 되찾아서 오만해진 탓인가. 안방에서 주인노릇 톡톡히 갑질의식의 발로인가. 경남도당의 이유 없는 뚝심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몰라서 그랬다는 변명이 통할까? 믿을 사람이 없을 것 같다. 대한민국 양대 정당의 도지부가 당헌‧당규를 몰랐을 리 없고 인접한 경북도당의 비보 또한 그렇다.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어서 빨리 시간이 흘러 공천이 확정되고 선거까지 치러지면 그만이라는 ‘배 째라’식 배짱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짐작도 간다. 내가 다스리는 내 구역이니. 누가 뭐라 한들 무슨 상관이랴. 뭉개버리면 그만이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터이고 안 잊히면 또 어떠랴. 그래도 찍어주는데. 한 개그맨의 유행어식으로 표현해 보자. “윤리규정? 까잇 것 뭐! 지키려고 만들었나? 구색만 갖춘 건데”

도당만 그랬을까? 당사자는 과연 당규를 몰랐을까? 오 군수가 정치에 입문한 것이 대략 2000년 쯤 한나라당 때이고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을 거쳐 현재 국민의힘까지 많은 정당과 수많은 선거를 섭렵한 노련한 정치인이라는 점을 생각해볼 때 이 또한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 중앙당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아니 중앙당이야말로 이 파행의 중심에 서 있다고 봐야한다. 취재진은 혹시라도 중앙당이 이 사안에 대해 소홀할 지도 모른다는 판단에서 중앙당 게시판에 <국민의힘 모순된 당헌‧당규, 공천갈등 ‘부채질’> 제목의 5월1일자 기사를 경남도당 자유게시판과 중앙당 홈페이지 ‘할말있어요’에 게시했다. 중앙당 홈페이지 ‘감사제보’란에도 같은 내용으로 윤리위 규정과 지방선거공천 규정의 배치되는 항목에 대해 입장을 묻기도 했으나 감감무소식이었다.

사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질의한 내용
사진= 국민의힘 중앙당 홈페이지 제보센터에 질의 했지만 5월 7일 현재까지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중앙당 홈페이지 캡쳐)
사진 =국민의힘 중앙당 홈페이지 사례 질의내용, 국민의힘 중앙당 홈페이지 캡쳐)
사진 =국민의힘 중앙당 홈페이지 민원사항에 성범죄 피고인의 공천 사례를 질의했다. (국민의힘 중앙당 홈페이지 캡쳐)

하긴 중앙당의 입장도 공감은 못해도 이해는 된다. 보수의 텃밭, 아무도 함부러 터치하지 못하는 영남지역. 그것도 인구 2만6천의 시골마을에서 벌어지는 군수공천에 신경 쓸 겨를이 어디 있으랴. 민주당과 호각지세를 이루는 수도권이나 충청도 같은 곳이 훨씬 더 중요한데. 더욱이 중앙에서 보기에 언론이라고 이름 붙이기조차 가소로운 시골인터넷언론의 시골기자 나부랭이가 아무리 써본들 쳐다나 봐 줄까?

 

눈에 확 띄는 ‘막가파식’ 공천

그래서일까. 부족한 탓이겠지만 취재결과 의령군수 공천에서와 비슷한 사례는 전국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인터넷을 통한 취재결과를 종합해보면, 다른 지역에서는 국민의힘 윤리규정 때문에 출마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드문드문하지만 눈에 띈다. 물론 호남지역은 검색대상에서 제외했다. 그쪽도 이쪽처럼 민주당 텃밭. 일당독재 지역이므로.

성범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서울 국민의힘 초강세 기초단체장 공천과정에서 한 경선후보가 부하직원의 성추행을 보고 받고도 덮어버린 점이 이슈가 되어 언론에 보도됐고 영등포구 기초의원 경쟁자간 성추행 사실여부가 논란이 되는 정도였다.

민주당 사례이긴 하지만 인천의 기초단체장 후보는 성추행으로 기소유예 받았다는 이유로 경선 컷오프 된 사례를 발견했다. 충북의 한 기초단체장 후보는 4년전 성추행 의혹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충북의 여성단체들이 도당에서 경선배제하라는 시위를 하기도 했다.

본사에 온 관련제보도 이와 비슷했다. 현직시장이 경선에서 컷오프된 거제시장 경선후보에는 ‘스토킹범죄처벌법 및 명예훼손’으로 수사중인 모 인사가 경선후보로 선정되었다가 낙마했다. 거제시 기초의원에는 항소심에서 여종업원 강제추행혐의로 벌금과 성폭력치료 수강명령을 받은 후보가 경선 신청했으나 단수공천으로 탈락하는 정도였다. 의령군수처럼 성범죄로 기소된 후보와 비슷한 사례는 단 한 건도 발견할 수 없었다.

 

전국 유일 ‘성범죄 피고인’ 공천대상자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당헌‧당규에 의해 당연히 피선거권이 정지된 무자격자 가운데 경선후보에 포함되거나 되었던 사람은 경북 의성군수와 경남 의령군수 단 두 명밖에 없다. 두 사람 가운데 한 명은 경쟁후보의 발빠른 대처로 컷오프 되었고 한사람은 경선을 거쳐 공천 대상자(아직 중앙당 공천장을 받지 못했으므로)가 되었다.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봐야겠지만 만일 경선 결과가 무효가 되지 않는다면, 오 군수는 현재까지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무자격자이지만 공천을 받는 유일한 후보이자 성범죄 피고인으로 국민의힘 공천을 받는 유일한 인물이 되는 셈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까지 이른 것에는 오 군수의 경쟁자였던 서진식, 김정권 후보의 안일한 대처도 한 몫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선 실시 전, 오 군수의 컷오프 문제가 도당과 중앙당을 오가며 결국 경선 참여로 결론 날 것을 대비해 의성군의 경우처럼 경선을 거부하고 법원에 가처분을 제기하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법률전문가인 법무사 서 후보도, 전직 국회의원이자 당의 사무총장까지 역임했던 김 후보도 행동에 나서지 못했다는 것.

서 후보는 오 군수와의 양자대결이면 ‘해 볼만 하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경선 참여를 끝까지 밀어붙였고, 김 후보 역시 처음에는 그러려고 했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과 공정에 맞지 않는 경선을 치루는 것에 대한 자괴감과 자신이 빠지면서 혹시라도 서 후보가 이길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기대로 마지막 순간 경선을 포기했다는 후문이다.

 

부글부글’ 끓는 지역민심

이번 의령군수 공천과정을 지켜보는 의령군민의 여론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 국힘당에 비판적인 한 군민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군민들이 개, 돼지나 좀비로 보지 않는다면 어떻게 이렇게까지 군민들을 우롱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치에 관심이 많은 다른 군민은 “지난해에 이어 법원까지 가는 ‘공천파동’을 태연하게 재연하는 것을 보니 정권교체를 이룬 국힘당의 오만방자함이 하늘을 찌르는 것 같다”며 “촛불혁명으로 정권을 빼앗길 때 국힘당의 귀에 못이 박힌 ‘이게 나라냐’는 아우성이 이젠 ‘이게 정당이냐’는 지역민들의 외침으로 바뀐대도 하나도 이상할 것 없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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