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 아버지, 정지용 문학축제‘지용제’를 가다
한국 현대시 아버지, 정지용 문학축제‘지용제’를 가다
  • 김영신 광양신문기자
  • 승인 2019.05.2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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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테마, 32년간 이어온 우리나라‘최초’문학축제
詩로 시작해 詩로 끝나는 3일간 문학축제‘지용제’
옥천문화원 주최, 국내외 방문객 5만명 이상
찾아‘문학’도‘먹거리’…옥천군 경제유발효과 20억원

<편집자 주>

한국언론진흥재단 대전세종지사에서 지난 10일부터 11일 이틀간 현장연수 '지역 재발견, 봄날의 문학산책'을 진행했다.

올해로 창간 20년주을 맞는 전남 광양지역 대표 주간지 광양신문의 김영신 기자가 현장연수에 참가해 보도한 내용을 '제휴기사'로 싣는다.

 

  광양에서는 관심 받지 못하는 문화 아이콘 중 하나인‘문학’이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들이며 지역경제 활성화를 견인시키고, 조그만 지자체가 온통 축제분위기로‘詩끌벅적’한 옥천군‘지용제’ 현장을 찾았다.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진행한‘봄날의 문학산책’이라는 지역재발견 현장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32년 동안‘문학’을 테마로 성공적인 문학축제로 자리 잡은‘지용제’를 지켜보면서 문학이 얼마든지‘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했다.

  인구 6만명, 지자체 면적 60% 이상이 규제에 묶여 산업시설이 취약한 옥천군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궁즉통’의 대안을 문학에서 찾고 우리나라 최초로‘지용제’라는 문학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 지난해부터 동북아 국제문학포럼을 열어 축제의 위상과 품격을 높였다.
△ 지난해부터 동북아 국제문학포럼을 열어 축제의 위상과 품격을 높였다.

   ‘지용제’는 옥천 출신 정지용 시인(1902~1950)의 생애와 시를 완벽하게 스토리텔링화 했으며, 지난해부터 정지용 동북아 국제문학포럼을 개최하면서 중국, 베트남 등 5개국 20여명의 문인이 참여, 축제의 위상을 한층 끌어올렸다.

  특히, 올해부터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 내 축제장 일대를 골목으로 끌어들이는‘골통, 골목으로 통하다’라는 내용으로 내실 있게 구성했다.

  축제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책임지며 축제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 4개 부문의 문학상 수상작을 선정하는 등 옥천문화원의 높은 위상도 부러운 부분 중 하나였다.

△ 연극단체가 1900년대를 재현하는 길거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연극단체가 1900년대를 재현하는 길거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1988년 작은 문학모임 ‘지용회’에서 시작

  '넓은 들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 들 잊힐리야’

- 정지용 詩 향수 중 -

  작곡가 김희갑이 곡을 붙이고 가수 이동원이 노래하기 전까지, 1988년 월북의 굴레에서 해금되기전까지 시인 정지용은 잘 알려지지 않은 시인이었다.

  정지용이 문단의 재조명을 받고 세상에 널리 알려진 건 월북시인에서 해금되자 정지용 시인을 사랑하는 작은 문학모임‘지용회’에서 시작되어 그해 5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처음 열렸고, 이듬해인 1989년 시인의 고향 옥천으로 옮겨 32년째 그의 생일을 전후해 해마다 열리고 있다.

  옥천문화원이 주최하는 지용제는 문인협회와 사진작가·미술협회, 민예총 등 지역 예술단체와 청소년단체 등 지역 동아리단체가 함께 하고 있다.

△ 실제 소를 몰고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조형물이다.
△ 실제 소를 몰고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조형물이다.

  축제전용‘지용화폐’ 지역경제 활성화

  옥천문화원 관계자는“지용제는 우리나라 최초의 문학축제다. 테마에 부합하기 위해 운동장에서 하던 축제를 올해부터는 지역민의 소득과 연계될 수 있도록 주민들의 협조를 이끌어 내 마을안으로 옮겨왔다”며“시인이 다녔던 110년된 근대문화유산으로 골목스토리텔링을 엮어 고향과 향수를 체험테마로 삼았다. 지역에서만 쓸 수 있는 지용화폐를 발행, 지난해에는 20억원의 경제효과를 얻었다”며 지용의 시에 들어있는 수많은 콘텐츠가 옥천군을 먹여 살릴 수 있을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재종 옥천군수는“3일간의 축제에 쓰는 비용이 8~9억이다. 그 정도는 투자해야 문화가 발전하지 않겠느냐”며 지용제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역설했다.

  지용문학관과 생가주변 일대는 정지용 시인의 발자취와 당시의 시대상과 함께 정지용의 시어가 말 그대로 주민들의 삶에 녹아있는, 골목골목이 정지용으로 살아나는 축제의 모든 프로그램이 주민주도형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지용제’는 잔치마당 열어놓고 주객이 전도되는 타 지역의 여느 축제와는 많이 다른 모습을 보였다. 골목골목에 시인의 시가 녹아있고 형상화 된 시를 만나볼 수 있는 등 실제로 지용제의 스토리텔링은 완성도가 높았다.

△ 새빨간 기관차가 골목을 순회하고 있다.
△ 새빨간 기관차가 골목을 순회하고 있다.

  올해 처음 선보인 1900년대 개화기 의상 골목길 걷기, 새빨간 기관차와 인력거는 관광객의 눈길을 끌었다.‘지용제’는 매년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도함으로써 오래된 축제의 식상함을 개선하는 등 축제의 질을 높이고 있다.

  특히 축제가 열리는 골목의 식당과 커피숍 등에서 지용화폐로 재사용할 수 있도록 기획한 옥천군청의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돋보였다. '꿈엔 들 잊힐리야’,‘시가 있는 상회’등 점포 이름에서도 시가 묻어나고, 좁다란 골목의 벽에는 시들이 아름다운 벽화로 장식되어‘지용제’는 테마를 잘 활용한 축제로 주민과 관광객이 하나 되어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로 발전했다.

 

△ 밤길에 더욱 빛나는 짧은 시 한편

김영신 의령인터넷뉴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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