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령군·진주시 ‘이건희 미술관’ 수도권 건립 반대
의령군·진주시 ‘이건희 미술관’ 수도권 건립 반대
  • 우성민
  • 승인 2021.05.31 1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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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균형 발전과 문화 분산을 위해 미술관 지방 유치해야
사진 = 조규일 진주시장(사진 좌) 오태완 의령군수(사진 우)가 공동성명서 발표를 통해 '이건의 미술관' 수도권 건립 반대 와 지방 유치를 촉구했다.
사진 = 조규일 진주시장(사진 좌) 오태완 의령군수(사진 우)가 공동성명서 발표를 통해 '이건의 미술관' 수도권 건립 반대 와 지방 유치를 촉구했다.

 

의령군(군수 오태완)과 진주시(시장 조규일)는 최근 황희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이건희 미술관’ 수도권 설치 시사 발언에 강력히 반발하여 31일 오후 2시 30분 의령군청 4층 회의실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의령군수와 진주시장은 공동성명서 발표를 통해 ‘이건희 미술관’수도권 건립을 반대하며, 지방 유치를 촉구하는데 뜻을 함께했다.

의령군과 진주시는 공동성명을 통해 문화기반 시설이 서울과 수도권 등 대도시 위주로 독점된 현 상황에서 ‘이건희 미술관’ 유치는 지역민들의 문화 혜택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정부가 지방의 아픔을 보듬어서 미술관 수도권 건립 방침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또한 “전국은 교통의 발달로 지방도 접근성에는 문제가 없으며 수도권 설치는 인구집중, 교통대란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면서 지방 유치야말로 지역 경제 활성화 및 국가 균형 발전을 이루는 길이라고 했다.

오태완 의령군수는 “문화 절벽 시대에 있는 지방으로 문화시설을 이전하는 문화 분산의 원년으로 만들기 위해서 반드시 ‘이건희 미술관’은 지방으로 이전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지방의 문화 예술과 관광 인프라가 확충되고 위축된 지역경제도 활성화될 것”이라며 “기증자의 사회 환원의 뜻을 계승 발전시키는 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건희 미술관 수도권 건립반대 공동기자회견」 전문이다.

 

<존경하는 진주시민 여러분 ! 그리고 의령군민 여러분! 의령군수 오태완입니다.

오늘 조규일 진주시장님과 제가 이 자리에 함께 한 것은 지난 4월 28일 고(故) 이건희 회장님께서 평생 수집한 문화재와 미술품의 사회 환원 발표 이후 의령군과 진주시, 그리고 많은 지자체가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희망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이건희 미술관의 수도권 건립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입니다.

‘이건희 미술관’의 수도권 건립은 기증자의 숭고한 뜻을 거스르고 관람자의 접근성만을 고려한 단편적인 사고에서 기인한 것으로 21세기 국가발전 전략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우매(愚昧)한 문화정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정부수립 이후 사람, 기업, 그리고 문화기반시설까지 수도권에 집중되어 왔습니다.

이로 인해 지방은 인구 감소, 경제의 침체, 문화적 곤궁에서 헤어나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지방을 홀대하는 문화정책은 사라져야 합니다.

이제 대한민국의 문화정책은 바뀌어야 합니다.

수도권과 지방이 균형을 이루고 지역이 강한 문화정책으로 과감히 탈바꿈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의령군과 진주시는‘이건희 미술관’지방(남부권) 건립에 대한 의지를 의령군민, 그리고 진주시민과 함께 표명하고자 합니다.

첫째, 수혜인원과 접근성만을 고려한 이번‘이건희 미술관’수도권 건립 발언은 철회되어야 합니다.

황희 문체부장관의 미술관 수도권 건립 발언에는 접근성과 수혜인원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요즘 전국은 교통이 발달해 서너시간이면 모든 지역을 방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미술관을 지방에 설치하면 접근성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또, 인구논리는 수도권에 거주 인구가 많아 수도권 설치가 당연하다는 주장인데 매번 국가의 주요 정책과 시설을 설치하는데 인구논리를 적용하면 의령, 진주와 같은 농어촌과 중소도시가 국가의 수혜를 받을 길은 요원하며, 소멸만을 기다리는 시한부 자치단체가 될 입니다.

지금 지방은 매우 어렵습니다.

특히, 농어촌과 중소도시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인구는 감소하고, 지역경제는 곤두박질치며, 문화와 복지는 수도권에 비해 후퇴하고 있어 지역주민들은 실의와 절망에 빠져 있습니다.

정부가 지방의 아픔을 보듬고, 꿈과 희망을 주어야 할 시점에 ‘이건희 미술관’수도권 건립 발언으로 지방의 주민들에게 박탈감을 안겨준 만큼

이번 발언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합니다.

둘째, ‘이건희 미술관’은 국가 균형발전을 견인하는 문화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고(故) 이건희 회장님이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문화재와 미술품은 2만 3,000여점으로 엄청난 규모이며, 기증 미술품 중 정선의‘인왕제색도’, 이중섭의 ‘황소’등은 보기 드문 희귀대작으로 많은 사람이 관람을 위해 미술관을 방문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운집하는 미술관을 수도권에 설치하면 국민들의 문화수혜보다는 인구집중, 교통대란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미술관이 지방에 설치되면 수도권 중심의 문화독점을 방지하고,

쓰러져가는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상대적 박탈감에 빠진 지역주민들에게 희망의 보따리가 될 것입니다.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는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을 국정목표로 하여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번 이건희 미술관 지방 유치야 말로 국가 균형발전을 이루는 길로, 정부의 현명한 결정이 필요한 때입니다.

셋째,‘이건희 미술관’지방(남부권) 건립은‘문화분권을 통한 문화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첩경입니다.

정부는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박물관·미술관진흥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해 오고 있지만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집중현상은 여전히 지속되었고 현재도 가속화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반면 지역에 있는 미술관 대부분이 광역시·도청 소재지 등 대도시에 쏠려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지방은 미술관과 콘텐츠 부족으로 문화적 빈곤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진주시는 미술작품 관람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며, 의령군은 문화예술의 불모지로 많은 아쉬움이 있습니다.

실질적인 문화 분권을 위해서는 문화 혜택이 부족한 지방에 새로운 문화시설을 과감하게 확충하여야 합니다.

이것이 곧 ‘수도권 문화독점 방지’이자 ‘문화분권을 통한 문화 민주주의’로 가는 첩경입니다.

넷째, ‘이건희 미술관’의 지방(남부권) 건립은 국민의 문화향유 확대와 보편적 문화국가로 도약하는 길이며 기증자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는 것입니다.

진주시와 의령군은 지리적으로 남강과 함께 지역의 문화·예술 꽃을 피워왔습니다.

이곳에 삶의 뿌리를 내리고 정착한 이들의 올 곧고 바른 선비정신은 영남학파의 거두 남명(南冥) 조식 선생의 경의사상(敬義思想)에 그 뿌리가 닿아 있습니다.

경의사상(敬義思想)의 근본은‘실사구시(實事求是)’를 통해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이루는 것입니다.

‘기업가 정신’의 모태로 평가되는 경의사상(敬義思想)은 남명(南冥) 조식 선생의 후학인 정인홍, 곽재우, 김면 등의 호국 의병활동, 백산 안희제 선생의 독립운동, 강상호 선생의 형평운동으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근·현대에 이르러서는 대기업 창업주들을 통해 대한민국을 부강하게 만든 ‘사업보국 정신’으로 승화되었습니다.

대한민국 대표기업인 삼성 창업주, 호암 이병철 회장이 출생하고 이건희 회장이 유년시절을 보낸 의령과 ‘기업가 정신’을 태동하게 했던 호암 이병철 회장의 모교(母校)인 구) 지수초등학교가 소재한 진주는 삼성과의 오래된 인연이 지역민의 삶 속에 그대로 녹아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고(故) 이건희 회장님께서 대한민국 사회에 남기신 문화재와 미술품은 단순한 작품이 아닌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이어져 오던 ‘사업보국’, ‘기술중시’, ‘인재제일’정신의 결정체(結晶體)라 할 수 있습니다.

기업의 사회를 향한 책임과 상생협력의 정신을 기부정신으로 승화시킨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힘든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이었습니다.

기증자의 숭고한 정신을 받들고 빛내기 위해서라도 ‘이건희 미술관’은 미래세대를 위한 보편적 문화국가를 향한 중심에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반드시 지방(남부권)에 건립되어야 합니다.

존경하는 의령군민 여러분! 그리고 진주시민 여러분!

21세기는 지방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고 문화력(文化力)이 선진 국가의 척도(尺度)인 시대입니다.

정부의 ‘이건희 미술관’수도권 건립이라는 발상은 지방을 문화적으로 고사(枯死)시키고 나아가 21세기 글로벌 문화강국으로 우뚝 솟아 있는

대한민국의 문화아성(文化牙聲)을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기증자가 살아생전 이루고자 했던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협력의 정신이었던 숭고한 ‘기업가 정신’을 크게 훼손하는 것입니다.

기증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번에 기증한 소중한 기증품을 담게 될 ‘이건희 미술관’이 지방(남부권)에 건립되면 지역에 빈약한 문화예술 인프라가 확충되어 문화 분권이 실현될 뿐 아니라 관광인프라 확충으로 위축된 지역경제도 크게 활성화 될 것입니다.

진주시와 의령군은 기증 기업의 창업정신과 경영철학 그리고 사회 환원의 뜻을 계승·발전시키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21년 5월 31일 진주시장 조규일 의령군수 오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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