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마산문학상에 김복근 시조시인의 ‘비포리 매화’ 수상
제8회 마산문학상에 김복근 시조시인의 ‘비포리 매화’ 수상
  • 우성민
  • 승인 2020.10.27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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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은 12월 19일 오후 3시
3.15 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제8회 마산문학상 수상작으로 김복근 시조시인의 ‘비포리 매화’가 선정됐다.

사진= 제 8회 마산문학상의 영예를 안은 김복근 시조시인
사진= 제8회 마산문학상의 영예를 안은 김복근 시조시인

이번 마산문학상은 이우걸(시조시인) 심사위원장으로 심사대상 후보 선정은 마산문인협회 입회 10년 이상 회원으로 마산문학 ‘제43집’과 ‘제42집’에 게재된 모든 장르의 작품을 심사하며 문학상 접수 공고일로부터 2년 이내에 발간한 개인 저서를 심사했다.

제8회 마산문학상 심사평에서는 몇몇 분의 이름이 교차하며 거론되기도 했지만, 작품으로 짚어보는 문학적 업적에서 월등했던 김복근 시조시인이 별 이견 없이 선정되었다고 한다.

심사위원들은 지난해 출간한 시조집 『비포리 매화』의 표제가 되었던 작품 바로 「비포리 매화」이다.

 

「비포리 매화」 전문

어제는 비가 와서 비와 비 비켜서서/

바닷가 갯바람은 발끝에 힘을 주고/

잘 익은 섣달 보름달 언가슴 풀어내듯/

벼리고 벼린 추위 근골을 다잡으며/

백 년 전 염장 기억 파르라니 우려내어/

경상도 꿈 많은 사내 동지매(冬至梅)를 구워낸다

 

심사위원들이 눈여겨본 ‘비포리 매화’는 많은 의미를 응축하면서도 간결하다. 한 송이 꽃을 피우기까지 매화는 가없는 우여곡절을 겪었을 것이다. 더구나 봄이나 여름 풍요로운 계절에 피는 꽃도 아니고, 한겨울 삭막한 대지의 언 땅에서 수액을 길어 올려 꽃을 피워내기까지의 과정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매화가 선비의 기개에 비유되는 이유는 바로 그런 지난한 과정을 거쳐 피는 꽃이기 때문이다.

「비포리 매화」 첫수는, “어제는 비가 와서 비와 비 비켜서서”로 짐짓 독자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하면서 시작된다. ‘비’라는 동음어에 서로 다른 의미가 있는 것처럼, 혹은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을 유추해보라는 식으로 시선을 유도한다.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한, 혹은 아직 뜻을 피우지 못한 선비의 곤하고 궁한 모습에 시선을 너무 두지 말아 달라는 듯하다. 아니면 스스로 힘든 모양을 보지 않으려 겨울비에 넌지시 시시비비를 걸어보는 듯도 하다.

매화는 겉으로는 무념한 듯 행동하지만, 그러나 보이지 않는 내면에서는 치열하게 한 생을 준비하는 중이다. “바닷가 갯바람은 발끝에 힘을 주고” 칼날 같은 삭풍으로 여리디여린 매화를 밀어붙인다. 갯바람이 발끝에 힘주고 밀어붙이는 만큼의 힘으로 매화도 발목에 힘주고 버텨내야 한다. “근골 다잡으며” 버티고 서서 존재의 기백과 기품을 잃지 않았던 지난날 “백 년 전 염장의 기억”을 호출해낸다. 인내의 끝에 때가 오고 그 단단한 의지가 숨을 쉬기 시작하면 다시 물관부에는 얼었던 피가 돌고 염장되었던 기억은 “파르라니” 물빛이 돌기 시작한다.

마지막 수 결미에서 “동지매(冬至梅)를 구워낸다”가 이 시의 의미를 완결하고 있다. 꽃은 물을 머금어 피지만 김복근 시인은 매화가 피는 모습을 “구워낸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많은 손길을 거치고 뜨거운 열기에 구워져서 마침내 빛을 보는 도공의 도기를 보는 것 같다. 화룡점정(畵龍點睛). 겉으로 보기에는 고아한 모습으로 피는 매화가 얼마나 험난한 역경을 넘어 마침내 꽃을 피우는지, 이 한 편의 시가 단숨에, 그러나 조용하게 말하고 있다.

동지매(冬至梅)는 동지 무렵에 순백의 흰 꽃을 피워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인내, 고결한 마음, 결백, 기품 같은 선비 기개의 의미를 담고 있다. 심사위원들은 ‘비포리 매화’의 행간 어디쯤에서 김복근 시인이 마침내 자신을 피워내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고 심사평을 마무리했다.

김복근 시조시인은 경남 의령 출신으로 창원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5년 『시조문학』으로 등단하여 시조집 『인과 율』, 『비상을 위하여』, 『클릭, 텃새 한 마리』, 『는개, 몸속을 지나가다』, 『새들이 생존법칙』, 『비포리 매화』 등을 냈으며, 산문집 『별나게 부는 바람』, 연구 저서 『노산 시조론』, 『생태시조론』, 평론집 『언어의 정수 그 주술력』 등을 펴냈다. 마산시문화상, 경상남도문화상, 한국문협 작가상, 유심작품상, 성파시조문학상, 산해원문화상, 한국시조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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